고려 현종 1021년 창건, 국보 제7호 봉선홍경사 갈기비 현존
내년 1000주년 천안 역사성 조명 기회…시 기념행사 계획 없어

천안 봉선홍경사가 2021년 창건 1000주년을 맞는다. 사진은 홍경사의 창건 기록을 담은 사적비로 국보 제7호인 `천안 봉선홍경사 갈기비`의 보호각과 주변 모습. 사진=윤평호 기자
천안 봉선홍경사가 2021년 창건 1000주년을 맞는다. 사진은 홍경사의 창건 기록을 담은 사적비로 국보 제7호인 `천안 봉선홍경사 갈기비`의 보호각과 주변 모습. 사진=윤평호 기자
[천안]국보 제7호 봉선홍경사 갈기비를 품은 천안 봉선홍경사가 내년 창건 1000주년을 맞지만 천안시는 기념행사 계획이 없어 무신경 논란을 빚고 있다. 지역 향토사가를 비롯한 역사학계는 봉선홍경사 창건 1000주년이 천안의 역사성을 전국에 부각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만큼 시가 이제라도 1000주년 준비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6일 디지털천안문화대전을 보면 천안 봉선홍경사는 1021년(고려 현종 12)에 창건됐다. 수행을 위한 사찰과 여행자 보호와 편의를 위한 원의 성격을 함께 가졌던 사원이다. 절 이름 앞의 `봉선(奉先)`은 불교 교리를 전하고자 절을 짓기 시작한 고려 안종이 그 완성을 보지 못하고 목숨을 다하자 아들인 현종이 절을 완성 후 아버지 뜻을 받든다는 의미로 붙인 이름이다. 고려 시대에 번성한 홍경사는 조선 시대 초기 폐허화된 이후 오랫동안 방치됐지만 서북구 성환읍 대홍리 319-8에는 봉선홍경사의 창건 기록을 담은 사적비 `천안 봉선홍경사 갈기비(天安 奉先弘慶寺 碣記碑)`가 현존하고 있다. 봉선홍경사 갈기비는 1962년 국보 제7호로 지정됐다. 국가지정문화재로 천안에 있는 유일한 국보이다.

천안시는 지난 7월 한국자연환경연구소와 `천안 봉선홍경사갈기비 종합정비계획수립` 용역을 계약했다. 용역 과업 지시서에는 봉선홍경사 갈기비 주변 시설물 현황조사 및 분석, 보존상태 검토, 정비기본계획 방향 및 목표 설정 등이 제시됐을 뿐 봉선홍경사 창건 1000주년 관련 사항은 찾아볼 수 없다. 지난 7일 개최된 천안시 2021년 시책구상보고회 자료에도 봉선홍경사 창건 1000주년 기념사업이나 이를 위한 계획은 전무했다.

천안시 관계자는 "봉선홍경사 창건 1000주년 관련해 내년도 사업을 계획하거나 예산부서에 예산 편성을 요구한 것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역사학계는 봉선홍경사 창건 1000주년에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천안시 기조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명진 경북대 사학과 학술연구 교수는 "천안은 고려를 건국한 왕건과 그의 아들 혜종, 손자인 현종까지 3대가 큰 흔적을 남긴 전국에 하나 밖에 없는 도시"라며 "봉선홍경사 창건 1000주년은 천안과 고려왕실의 관계, 위상을 조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다른 지역에서라면 벌써 1000주년 준비와 기획이 한창 진행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의 한 향토사가는 "태조 왕건이 세운 절로 알려진 성거산 천흥사의 동종도 지난 2010년 1000주년을 맞았지만 자치단체의 무관심 속에 아무런 기념사업 없이 지나쳤다"며 "봉선홍경사는 학술대회, 특별전, 추가발굴 조사 등을 통해 1000주년의 의미를 꼭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성환읍사무소에서 평택 방향으로 1번 국도를 따라 약 4㎞ 가면 우측 도로변 송림에 위치한 봉선홍경사 갈기비와 일대 홍경사지는 논 등으로 개간되고 공장 등이 들어섰다. 윤평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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