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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문학] 덕분입니다

2020-09-17기사 편집 2020-09-17 07: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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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반인자 아동문학가
신(神)이 계시어 이제껏 살아온 생을 반납하고, 다시 새 삶을 주신다면 잘 살아낼 수 있을까? 되돌아보면 지난날의 허물이 아직도 후회로 잔뜩 남아있기에 자신이 없다.

어쩌다 보니 여든이 가까운 나이가 됐다. 요즘 몸의 여기저기에 고장도 나고, 더러 투정도 부린다. 환절기에 감기만 들어도 잔뜩 움츠러든다. 기침만 해도 겁이 덜컥 난다. 더욱이 요즘 코로나19라는 집단 감염 바이러스 때문에 외출도 두렵다. 몇 달 전부터 걸을 때마다 무릎에 통증이 느껴져 아프다. 뒤뚱뒤뚱 내가 봐도 천상 오리걸음이다. 우선 가까운 한의원에 들러 여러 차례 침을 맞으며 좋아지기를 기다렸지만 여전했다. 생각하다 못해 정형외과를 찾았다. 염증이 있다기에 일주일 간격으로 주사를 맞았지만, 효과가 없다. 진료의뢰서를 들고 대학병원에 가서 MRI를 찍었더니 고관절 수술을 해야 한단다. 가능하면 더 이상의 수술은 피하고 싶었는데…. 보호자인 아들애가 강력하게 밀어 붙이니 못 이기는 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수술은 자그마치 여섯 달을 기다려야 한단다. 어차피 수술로 해결할 거라면, 빨리해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이 심리적인 부담으로 다가왔다. 새벽에 일어나 컴퓨터로 글을 쓰는 사람인데, 통증 때문에 집중할 수 없으니, 일정을 좀 당겨 주십사고 담당 주치의에게 떼를 썼다. 어리광이 통해서인지 마침 빈자리가 생겨 모든 게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항목별로 이런저런 검사를 마친 후 전신마취를 해야 하는, 나름 큰 수술이다.

모든 두려움은 하늘에 맡겼다. 수술 후 회복할 때까지 입원실에서 일주일을 지냈다. 의사와 간호사, 간병인과 청소를 담당하는 아주머니까지 참으로 많은 사람의 수고와 감사를 헤아려보게 된 시간. 복용해야 할 약도 무척 많았다. 하루 세 번, 소화제와 진통제는 기본이고 불면의 시간이 길어져, 한 달 정도 마약 진통제 없이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견뎌내지 못할 것 같던 시간이 하루하루 지나자 몸이 차츰차츰 좋아진다.

퇴원 후, 집안에서만 지내니 참으로 갇힌 듯 답답하다. 이웃이 건네준 명아줏대로 만든 지팡이, 청려장을 의지해 걷는 연습을 시작했다. 다만 행동이 빠르지 못하고 굼뜨기는 했지만, 어디든지 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단짝 동무인 청려장에 의존하다가 차츰 보행이 자연스럽게 되는 것을 느꼈다.

수술한 지 반년이 지났다. 이제는 지팡이 없이도 씩씩하게 잘 걷는다. 주위에서 지켜보는 사람마다 신기하게 여긴다. '모두의 덕분입니다'며 고개를 깊이 숙인다. 또한 제일의 특효약은 시간이라더니, 정말 그렇다.

뒤돌아 찬찬히 생각해 보면 주위의 애틋한 관심 덕분이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 누군가 나를 위해 기도한다는 것을 깨닫고 많은 고마움을 느낄 수 있게 됐다.

아프리카 부족에 대해 연구 중인 인류학자가 있었다. 한 부족의 아이들을 모아 놓고 게임 하나를 제안했다. 큰 나무 그늘 아래 싱싱하고 달콤한 딸기가 가득한 바구니를 놓았다. 누구든 먼저 바구니까지 뛰어간 아이에게 과일을 전부 주겠다고…….

학자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아이들은 미리 약속이나 한 듯, 손에 손을 잡더니 함께 뛴다. 그늘 아래 빙 둘러앉아 입안에 서로 딸기를 넣어주며 키득키득 웃는 아름다운 정경. 즐겁고 사이좋게 나눠 먹는 예쁜 모습. 학자는 "1등으로 간 아이에게 모든 과일을 주겠다고 했는데 왜 손을 잡고 달렸느냐"라고 물었다. 아이들은 '우리가 함께 같이 있기에 내가 행복하고 즐겁게 존재한다'는 "우분투 우분투"를 다 같이 외친다. 키가 큰 아이가 이렇게 덧붙인다. "나머지 다른 아이가 다 슬픈데, 어떻게 혼자만 기분 좋을 수가 있는 거예요?" 이 아이들은 성인이 돼서도 분명 다툼을 모를 것이다.

시집올 때, 어머니가 해주신 말씀이 떠오른다. "너는 주위 사랑을 많이 받고 살았다. 이제는 그 사랑을 시집 식구들에게 전부 되돌려 주거라." 그러고 보면 나는 원금마저 까먹은 빚쟁이다. 이제라도 자연의 순리에 따라 조금씩 빚을 갚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오늘도 나는 향기로운 사람의 냄새, 따뜻한 마음의 냄새를 모아 사랑의 심지를 곧추세운다.

내가 수술로 건강을 회복하듯, 코로나도 살며시 사그라지면 참으로 좋겠다. 반인자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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