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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승리' 중국에서 애국영화 '빠바이' 열풍

2020-09-14기사 편집 2020-09-14 08: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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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영화관 입장 까다로워도 관객 줄이어 '눈물바다'
코로나·미중 갈등 속 개봉해 '애국주의로 민심 수습' 의도

첨부사진1중국 애국영화 '빠바이' [바이두 캡처]

처참하게 중국군이 희생된 1937년 상하이(上海)의 사행(四行)창고에서 동방명주가 우뚝 솟은 2020년의 상하이로….

중국의 애국주의 전쟁영화 '빠바이'(八佰, 팔백)의 마지막 장면이다.

이 장면을 보는 중국인들은 일본 등 열강에 처참하게 짙밟혔던 1930년대 상황에 울분을 토하다 미국과 겨루는 주요 2개국(G2)으로 떠오른 현재의 중국에 자신감을 갖게 된다.

애국주의 영화는 흔히 마약을 하는 것처럼 흥분시킨다고 해서 시쳇말로 '국뽕 영화'라고 부르는데 빠바이는 그중에서도 최고 강도를 자랑한다.

이처럼 밑바닥부터 세계 최고로 올라선 중국의 자신감이 넘칠 정도로 가득 담긴 이 영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국 영화업계가 고전하는 가운데 엄청난 흥행을 기록하며 '빠바이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영화 관람이 쉽지 않은 가운데서도 지난달 개봉한 이 영화의 수입은 25억 위안(한화 4천343억원)을 넘어서며 박스오피스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코로나19 방제 철저한 중국 베이징의 영화관 [베이징=연합뉴스]


도대체 중국인들이 왜 이 영화를 보는지 궁금해 직접 베이징(北京) 왕징(望京)의 한 영화관을 찾았다.

코로나19 사태 후 중국에서 영화를 보려면 인터넷으로 실명 인증을 해야만 표 구매가 가능하다. 영화관 건물을 들어가는 입구에서 마스크를 쓰고 스마트폰의 건강 코드 미니프로그램(젠캉바오·健康寶)을 등록하고 또다시 영화관 내에서 젠캉바오를 보여줘야 한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본토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탓인지 방역 규제가 다소 완화돼 상영관 내에서는 같이 앉을 수 있고 커피나 음료 정도는 가지고 들어갈 수 있다. 다만 영화 상영 시 마스크를 써야 하며 영화가 2시간이 지나면 환기를 위해 무조건 5분간 강제 휴식으로 상영이 중지된다.
중국 애국영화 '빠바이' [바이두 캡처]


처음에 다소 시끄럽게 떠들던 관객들은 영화의 시작과 함께 일본군에 처참히 살육당한 장면들이 10여분 정도 나오니 다들 숙연해진다.

이 영화는 1937년 항일 전쟁 당시 미국 등이 나누어 가진 조계지인 상하이에서 800명의 중국 군인들이 사행창고를 사수하면서 일본군과 맞서 싸우는 내용이다.

중국군은 1937년 8월 송호 전투 후 서쪽으로 퇴각하게 되는데 그해 10월 524단의 셰진위앤 부단장은 상하이 최후의 보루인 사행창고를 지켜 부대의 철수 시간을 벌라는 명령을 받게 된다.

6층짜리 사행창고는 당시 상하이 4개 은행이 공동으로 세운 영업소 창고였다. 셰 부단장은 17~18세 소년들로 구성된 400여명의 후베이 보안단 병사들을 데리고 나흘간 일본군의 공격을 수십차례 격퇴하고 200명을 사살했다.

그해 10월 30일 사행창고 철수 명령에 따라 셰 부단장은 부대를 거느리고 영국 조계지로 퇴각했지만, 영국은 일본군의 위협으로 이들을 무장 해제하고 연금하면서 끝을 맺게 된다.

이 영화에서는 겁많은 병사에서 진정한 인민 영웅으로 변모해 몸에 폭탄을 감고 적진으로 뛰어들며 국기를 지키려고 총탄 세례를 맞는 장면을 부각하면서 중국인들의 마음을 자극했다.
중국 애국영화 '빠바이' [바이두 캡처]


폭탄을 짊어지고 사행창고에서 뛰어내려 일본군에 맞서는 '자살 부대' 장면에서는 중국인 관객들의 울음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영화가 끝나도 침묵 속에서 자리를 뜨지 못한 관객들도 적지 않았다.

이 불편했던 역사를 지금 시점에 영화로 개봉한 것은 코로나19 사태와 미중 갈등으로 불안한 민심을 애국주의로 다잡고자 하는 게 아닐까는 생각이 들었다.

베이징의 한 영화 제작자는 "중국은 영화 제작을 위해선 심의를 받아야 한다"면서 "이 시점에 중국 전역에 이 영화가 대대적으로 걸려있는 것은 애국심으로 국난을 극복하고자 하는 분명한 메시지가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이 영화는 미리 제작됐는데 시진핑 국가 주석의 국빈 방일 문제 등을 고려해 일본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상영을 미뤄왔다"면서 "최근 중일 관계가 다시 틀어지고 미중 관계가 심각해지면서 이 영화가 개봉된 거로 보인다"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