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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헌 칼럼] 무엇을 위한 개천절 집회인가

2020-09-10기사 편집 2020-09-09 18:00:36      김시헌 기자 seekim@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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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끄라' 지침 의도 불순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상존
공권력 동원 원천봉쇄 마땅

첨부사진1김시헌 논설실장
일부 보수단체들이 내달 3일 개천절에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다. 정부는 즉각 이를 불허하고 공권력을 총동원해 이를 막겠다고 공언했다.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최대한 확대해야 한다는 게 평소의 지론이지만 이번 만큼은 코로나19의 상황이 워낙 엄중한지라 정부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현재까지 신고된 개천절 집회는 20여건, 참가 예정인원은 10만여명에 이른다. 장소는 대부분 광화문 인근과 청와대 앞이다. 집회를 예고한 이들이 정부의 집회 불허 천명에도 불구, 이를 선뜻 받아들이지는 미지수다. 지난 광복절 집회 때도 법원의 판단을 구하면서까지 집회를 열었던 전례도 있고, 통제되지 않는 불특정 다수의 참여도 배제할 수 없다. 일부 단체는 코로나19 추이를 살펴 개최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지만 단체가 워낙 많다보니 산발적인 개최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만약 집회가 예정대로 열린다면 코로나19 방역은 또 한 차례 홍역을 치를 수밖에 없다. 집회 장소인 광화문 일대와 이 곳으로 향하는 지하철이나 시내버스, 지방에서 참가하는 전세버스에 이르기까지 모두 위험에 노출된다. 이들과 접촉이 불가피한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그 수를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라는 고통 끝에 가까스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발생이 안정권으로 접어든 마당에 개천절 집회가 재확산의 기폭제가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앞선다.

방역당국은 지난번 광복절 집회 참가자를 파악하는데 애를 먹었다. 주최 측은 참가자 명단을 제대로 제출하지 않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그나마 휴대전화 기지국 접속 정보를 통해 참가자의 동선을 파악했기에 가까스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집회 예고 포스터에는 '핸드폰 OFF'라는 문구가 표기돼 있다. 누가 이런 지침을 내린 것인지 불분명하지만 저의가 불순하다. 참가자의 개인정보나 인권을 보호하겠다는 차원보다 당국의 방역활동을 방해하려는 의도적 행위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개천절 집회로 인한 코로나19의 재확산은 사회경제적 피해와 혼란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런 만큼 광화문 등 도심 일대를 원천 봉쇄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정부의 원천 봉쇄 방침에도 불구하고 불안은 여전하다. 경찰 등 모든 공권력을 동원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각 지자체도 적극 나설 것을 주문한다. 광복절 집회 당시 전국에서 전세버스를 동원한 참석자로 인해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퍼져나갔던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서울행 전세버스 예약 여부 파악과 고속도로 진입 차단 등 적극적인 대응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개천절로 이어지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고향의 부모님들은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도시 자녀들에게 고향집을 찾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귀성과 벌초 등을 하지 말라는 '이동 멈춤' 운동까지 펼치고 있다. 보고 싶은 마음은 꿀떡 같지만 모두의 건강과 안전을 우선하고 있는 것이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비롯해 모든 국민이 코로나19로 인해 삶이 피폐해지고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이 상황에 보수단체의 개천절 집회는 누구를, 무엇을 위한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당국의 집회 불허 통보에 일부 보수단체의 반발도 거세지는 모양이다. 그들의 논리대로 집회가 헌법상의 권리이니 막아서는 곤란하지만 공동체의 안전과 생명에 위해를 끼친다면 일정부분 제한도 필요하다. 헌법상의 권리가 생명에 우선할 수는 없다. 지난 광복절 집회로 인해 전국적으로 총 540여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경제사회적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8월 재확산을 촉발시킨 것은 서울사랑교회와 광화문 집회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천절 집회를 원천 봉쇄함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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