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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의 와인감상] 샹볼-뮤지니

2020-09-10기사 편집 2020-09-10 07: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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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신성식 ETRI 지능화융합연구소 책임연구원
샹볼-뮤지니도 즈브레-샹베르땡처럼 마을 이름 샹볼(chambolle)에 그랑크뤼밭 뮤지니(Musigny)를 접미사로 붙여서 1882년 변경되었습니다. 이 마을은 비가 와서 개천이 범람하면 거품이 일면서 물이 끓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끓는 들판' 의미의 샹볼로 불렸었다고 합니다. 포도밭 규모는 177ha로 윗 마을 모레-쌩드니(135ha)보다 약간 크지만, 인구는 300여 명으로 더 적습니다. 그랑크뤼밭이 뮤지니와 본-마르(Bonnes-Mares) 2개뿐으로 다른 꼬뜨드뉘 마을에 비해 적지만, 샹볼-뮤지니는 웬만한 그랑크뤼보다도 좋은 평가를 받는 레자무레즈(les Amoureuses, 연인들) 등 24개의 프리미에 크뤼밭으로 섬세하고 우아한 가장 여성적인 와인을 생산하는 마을로서의 명성이 대단합니다.

샹볼-뮤지니 마을 제일 아래쪽 메마르고 가파른 석회암 산등성 바로 밑에 위치한 그랑크뤼밭 뮤지니(10.38ha)는 다른 마을의 그랑크뤼밭 에세조(Echezeaux)와는 남쪽으로, 끌로드부조(Clos de Vougeot)와는 동쪽으로 접합니다. 경사(8~14%)가 가팔라서 비가 많이 오면 밀려내려온 자갈이 섞인 갈색 석회암 점토를 위로 다시 퍼날아야 하는 고충도 있답니다. 하지만 아래 토양은 투수성이 좋은 석회암이라 배수가 잘 되어 바디감이 풍부한 와인을 만듭니다. 도멘 꽁뜨 조르쥬 보귀에(Comte Georges de Vogue), 도멘 조르쥬 루미에(Georges Roumier), 도멘 르로이(Leroy) 등 10개뿐인 생산자들이 '부르곤뉴 와인의 여왕'으로 칭송받는 와인을 빚어냅니다.

뮤지니 와인의 사랑스럽고 우아함으로 쉽게 잊혀질 수 없는 섬세한 아로마와 부케가 와인의 강한 특성을 덮고 있기에 '벨벳 장갑을 두른 철권'이라는 평가도 받는데, 아직 맛보지 못한 저도 확인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꼬뜨드뉘 그랑크뤼와는 달리 뮤지니에서는 도멘 보귀에가 예외적으로 화이트 와인(0.66ha)도 생산합니다.

샹볼-뮤지니 마을 제일 위쪽에 위치한 본-마르(14.66ha)는 북쪽으로 모레-쌩드니의 그랑크뤼밭 끌로 드따르와 접하고 있습니다. 지난 번 칼럼에서 언급했듯이, 본-마르 윗쪽 일부(1.52ha)는 모레-쌩드니에 속합니다. 모래성 진흙에 자갈이 섞인 토양으로 뮤지니보다 거칠면서 타닌이 많아 30~50년 숙성 가능합니다. 마르는 정성껏 재배한다는 의미의 고어 마레(marer)에서 유래했답니다.

만화 '신의 물방울'의 제1사도 '야생림 속 솟아나는 맑은 샘 같은 와인'으로 소개된 도멘 조르쥬 루미에의 레자무레즈 2001으로 인해 한껏 위상을 높인 샹볼-뮤지니 프리미에 크뤼밭 레자무레즈는 로버트 파커와 함께 양대 와인평론가로 대접받는 잰시스 로빈슨(Jancis Robinson)이 옥스퍼드 대학 재학 시절 1951년 빈티지를 맛보고 와인의 길로 뛰어들게 한 와인이기도 합니다. 단순한 와인을 뛰어넘는 무엇인가가 있었고, 후각과 미각만 자극받은 것이 아니라 무한한 지적 자극과 호기심을 느꼈었답니다.

작년 11월 부르곤뉴 와이너리 투어에서 잘 정돈된 모습으로 제게도 가장 인상적이고 멋있었던 포도밭은 그랑 크뤼인 로마네-꽁띠, 샹베르땡이나 뮤지니가 아닌 레자무레즈였습니다. 찍어온 레자무레즈 포도밭 사진으로 제가 운영하는 와인동호회 카페앱 대문 사진을 변경했습니다. 2016년에 맛본 도멘 로버트 그로피에(Robert Groffier) 2012와 올해 초 만난 루이 자도(Louis Jadot) 2016의 깔끔한 맛과도 잘 연동되더군요. 신성식 ETRI 지능화융합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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