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직서 정규직 전환 뒤 되레 처우 악화"
부당 대우 항의 차원에 근로계약서 미동의
사측 "규정과 절차 근거해 계약 해지 진행"

[그래픽=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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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방침에 따라 추진 중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이례적인 논란이 불거져 관심이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한 노동자가 정규직 전환 후 되레 근로 조건이 나빠졌다며 부당함을 호소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해당 노동자는 항의하는 과정에서 사측으로부터 해고를 당했다.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 전 직원 A 씨는 9일 천문연 앞에서 사측 인사위원회(인사위) 처분 결과에 항의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A 씨는 지난달 천문연 측에서 제시한 근로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사위에 회부된 뒤 해고 조처된 상태다.

앞서 A 씨는 2013년 계약직으로 천문연에 입사한 뒤 다음해 용역직으로 변경, 6년간 근무했다. 이후 2017년 문재인 정부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을 추진한 데 따라 A 씨 등 천문연 용역 직원들은 정규직 전환 대상자에 올랐다. A 씨는 1단계 채용에서 최종 면접까지 갔다가 탈락했지만, 이어진 2단계 채용에서 결국 정규직 전환에 성공했다.

문제는 정규직 전환 뒤 근로 조건이 비정규직일 때보다 오히려 퇴보했다는 점이다. A 씨는 "용역 소속 비정규직일 때보다 월급이 20% 가량 줄었다"며 "업무도 원래 하던 천문 관측 프로그래밍이 아닌 단순 노무로 기존 업무에서 배제됐다"고 말했다. 이전 경력이 정규직 전환 뒤 반영되지 않은 탓인데, A 씨는 이에 반발하며 근로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았다. 천문연 측에선 이를 근거로 인사위에 A 씨를 넘겼다.

A 씨는 인사위 과정도 공정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A 씨는 "인사위 개최 전날 저녁 이메일로 참석 여부를 물어 왔다"며 "당일 출근해 이메일을 확인했을 때는 이미 인사위가 열리고 있는 상태였다"고 전했다.

A 씨는 이 같은 상황이 빚어진 이유가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앞장 서서 목소리를 낸 데 따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A 씨는 "천문연에서 처음엔 용역 직원들을 직접고용이 아닌 자회사 형태의 간접고용을 추진하려고 했는데, 이에 반대하며 직접고용을 계속 요구해 왔다"고 소개했다. 이 과정에서 사측 관리자들과 앙금이 생겼고 정규직 전환 뒤 부당한 대우를 받은 데 이어 해고까지 당하게 됐다는 게 A 씨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천문연 측에선 "규정과 적법한 절차에 근거해 정당한 사유 없는 근로계약서 체결을 지속 거부하는 해당자의 근로 계약 해지를 진행했다"며 "향후 법적 절차에 맞춰 대응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장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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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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