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의 정원(쓰네카와 고타로 지음·이규원 옮김)= 현실에 치여 하루하루 힘겹게 버티던 주인공은 전차에서 낯선 여인에게 사랑을 느끼고 아무 생각 없이 그녀를 따라 이름 모를 역에 내린다. 난생처음 와보는 그림책 같은 세상은 무엇이든 생각만 하면 이뤄지고 처음 만난 사람도 바로 친구가 돼준다. 그는 자신이 떠나온 곳을 잊고 새로운 삶에 젖어 든다. 그러던 중 한 통의 편지가 날아든다. 그가 살고 있는 이계의 영향으로 현실 세계가 멸망의 위기에 처했으니 구해달라는 내용이었다. 현실 세계는 갑자기 나타난 `미지의 존재`로 종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주인공은 자신이 행복해질수록 현실 속 `미지의 존재`의 힘은 강해지고 인류는 멸망으로 치달음을 알아챈다. 현실과 이계, 질서와 혼란, 개인과 공동체라는 명제 아래서 한 남자의 선택이 어떤 결말을 만들어내는지, 그 결말 앞에서 과연 그를 비난할 수 있을지 화두를 던진다. 고요한숨·352쪽·1만 5000원
△레 망다랭 1-2권(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이송이 옮김)= 프랑스에서 2차 대전이 끝난 직후 혼란스러운 시대에 정치와 이념 그리고 개인의 행복 사이에서 갈등하는 사람들을 그려낸다. 특히, 좌파 잡지 `레스푸아`의 흥망을 중심으로 등장인물들의 갈등과 전쟁의 참담함을 그대로 안고 살아야 했던 사람들의 죄책감, 지식인의 사회 참여 문제를 거침없이 보여준다. 전쟁으로 치러진 많은 희생을 뒤로하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앞으로 끌어안고 가야 할 삶의 무게를 각자의 방식으로 견딘다. 전쟁의 끝은 새로운 혼란의 시작일 뿐, 이들은 전후의 혼란한 사회 속에서 저마다 자유와 행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좌절한다. 지식인의 내면과 사회 활동, 정치와 문학의 관계, 사상과 현실의 갈등 등 때로는 불편할 정도로 전후 사회의 진실을 폭로하려는 작가의 단호함 덕분에 소설은 개인과 정치를 연결하는 서사적 초상으로 부족함이 없다. 현암사·1권 636쪽, 2권 600쪽·각 2만 4000원
△내 손 안의 교양 미술(펑쯔카이 지음·박지수 옮김)= 화가이면서 문학가이기도 한 저자는 문학과 미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더불어 인생철학을 책에 담아냈다. 책은 미술 감상의 태도, 일상생활에서 예술이 필요한 이유, 미술(회화) 기법, 독특한 화가와 명화 이야기, 근현대 미술사 등 총 5장으로 진정한 미술(그림) 감상을 위한 최소한의 미술 지식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각 장은 서로 독립된 주제를 다루고 있어 어떤 장을 먼저 읽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특히, 화가와 명화 이야기에서는 다채로운 비유와 설득력 있는 문체, 주인공이 된 듯한 생생한 표현 등 에세이나 소설을 읽는 듯한 즐거움을 안겨준다. 또 나만의 도슨트가 곁에서 설명해주는 것처럼 친근하고 물 흐르듯 편안한 설명과 약 100편의 컬러 명화가 곁들여져 마치 미술관에 와 있는 듯한 감동을 느끼게 해준다. 책은 미술 감상과 이해를 위한 단순한 교양 미술서인 동시에 독자들에게 휴식과 위안을 주기도 한다. 올댓북스·224쪽·1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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