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무탈한가요?] 오찬호 지음/ 북트리거/ 228쪽/ 1만 5000원

곳곳에서 불평등에 관한 이야기가 들린다. 통계청 2019년 사회 조사에 따르면, 본인 세대에 개인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22.7%에 불과하다. 2009년에 비해 10% 정도 줄어든 수치다.

하지만, 과거 어른들은 노력하면 웬만큼은 잘 살 수 있다고 하는데, 정말 그럴까? 이 책의 저자는 사회가 그 정도로 쉽지 않다고 말한다. 불평등과 차별이 만연한 세상의 푸석한 민낯은 코로나19 여파로 여실히 드러났다. 자영업자는 휘청거리고, 실업자는 증가하고, 취약 계층은 위기에 몰렸다. 사회가 흔들리니 약자부터 추락하는데, 세상은 우리를 `괜찮다`고 다독인다.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이 중요한 시점이다. 주사위를 굴린다고 생각해 보자. 각 면에는 긍정적 사고, 동기 부여, 자기 계발, 부자에게 배울 점, 경쟁에서 이기는 법 등이 적혀있다. 가정과 학교, 회사에서는 주사위를 던져 매번 이 면에 담긴 정보를 제공한다. 그러나 한 면은 아무리 던져도 나오지 않으며, 어쩌다 나와도 꽝 취급을 당한다. 그것은 바로 사회구조를 보는 눈이다. 저자는 우리 사회의 학력주의에 강력한 경종을 울린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라는 책을 시작으로 성차별, 공무원 시험 열풍 등의 이슈를 깊게 파고들며 고정관념을 파괴한 사회학자 오찬호는 이번 책을 통해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14가지 키워드로 지금 이곳의 문제점을 짚어 본다.

이 책은 부동산, 교육, 소득 불평등, 정치 등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는 이슈부터 나와는 멀게만 느껴졌던 난민, 장애인, 환경과 같은 주제까지 다룬다. 교육을 예로 들면 대체로 우리는 시험을 통한 선발이 공정하다고 생각하고 그 결과에 수긍해야 한다고 받아들인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빈부 격차 역시 당연시 여긴다. 그러나 저자는 "공정한 시험은 없다"고 단언한다. 그저 시험은 인류가 어제보다 더욱 공정한 시험 제도를 만들어 갈 뿐이라는 것이다. 또한 시험 결과가 빈부 차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외에도 저자는 환경, 지역 차별, 가족 등의 주제로 날카롭고 예리한 시선으로 살핀다.

저자는 긍정적인 사고만 강조하느라 외면한 사회의 나쁜 면을 바로 보며,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회의 실타래를 풀어 헤친다. 우리가 평소 생각하지 않는 질문들, 성공해야 살아남는 사회는 올바른가? 불평등은 당연한가? 어떻게 심각한 사회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 자연스럽게 책을 읽다 보면 사회를 바라보는 균형 감각이 생긴다. 차별과 불평등에 관한 특별한 강의에 귀를 기울이며, 어떠한 바이러스나 자연재해 앞에서도 덜 위태로운 사회를 만들어나갈 준비를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박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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