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대전시의회 임시회 본회의장에서 허태정 시장의 공기업 임원 인사에 대한 비판론이 제기돼 눈길을 끌었다. 시의회 김찬술 의원이 5분 자유발언 형식을 빌어 이 중심에서 집행부 수장인 허 시장을 직격하는 모양새를 취했고, 문제가 될 법한 부분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짚은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김 의원은 대전도시공사 후임 사장 내정과 관련해 무거운 톤으로 자신의 문제의식을 드러냈는데, 도시공사가 처한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논리와 논점 면에서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했다. 나름 진정성을 담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 의원의 도시공사 후임 사장 내정과 관련한 비판적 발언은 새겨들을 대목이 적지 않다. 알다시피 도시공사는 시 산하 최대 지방공기업이다. 특히 유성복합터미널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해야 하는 당면과제를 떠안고 있다는 점에서 이 조직을 이끌어나갈 후임자 인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무엇보다 현 도시공사 사장은 오는 18일 임기가 끝난다. 곧바로 후임 사장이 취임해 지휘봉을 잡으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못하면 경영공백이 발생한다. 김 의원도 이를 지적하면서 "시정에 커다란 누수가 생긴 것이자 관련 공무원들의 직무 태만"이라고까지 몰아세운 배경이다. 이런 김 의원 발언의 외연도 읽을 필요가 있지만 이면에 깔려있는 복선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우선 김 의원 비판 내용은 원칙적으로 옳은 진단이다. 현임 사장 임기 종료시점이 특정된 마당이면 후임자가 소정의 절차를 밟아 임용될 수 있게 시간을 벌어야 했는 데 그러질 못했던 게 사실이다. 내정자에 대한 시의회 인사청문간담회가 오는 28일로 잡혀있으니 최소 10일간의 사장 부재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됐으며, 게다가 인사혁신처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의 등 절차가 진행중임을 감안하면 공백기가 더 길어질 수도 있는 노릇이다. 이게 외연에 해당한다면 김 의원의 "어떤 전문성을 갖췄는지 납득할 만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발언에는 또 다른 복선이 깔려있을 것이라는 심증이 짙다.

김 의원은 후임 도시공사 사장에 대한 인사검증팀의 좌장을 맡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이날 발언 내용도 동료의원들과 상당히 공유했을 개연성이 있다. 후임자가 내정된 이상 요식행위가 아닌, 철저한 자질·능력 검증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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