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여름, 20년 만에 병원에서 당직을 하고 있다. 전공의가 파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응급실, 중환자실, 전공의 지원이 없는 진료과목의 교수가 당직을 하기도 하지만, 당직과 주말 근무는 특별하게 환자 상태가 위중할 때 빼고는 거의 전공의가 전담해 왔다. 전공의 파업을 한지 2주가 지났다. 의정합의에 따라서 파업이 곧 중지되고, 병원으로 복귀할 것이다. 하지만 전공의 파업한 후 대부분의 대학병원에서는 외래진료, 수술 건수 등 진료의 량이 줄고 있다고 보도가 나오고 있다.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에서 전공의의 역할이 어떠하길래 해당 부처 장·차관, 여당 대표 등이 파업을 중지하기를 요구하고, 대학병원의 진료에 차질을 발생하는 걸까?

전공의를 영어로 레지던트(resident)라고 하는 이유는 병원 내에서 거주한다는 의미이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전공의는 근로기준법 기준인 하루 8시간, 주당 40시간 근무는 허락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전공의는 1년 365일, 24시간 근무하고, 가끔 주말에 하루 정도 쉴 수 있다. 이런 근무 환경에서 소아과 전공의가 과로사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사회 문제화 되자, `전공의 특별법`이 제정되었다. 하지만 이 법에서도 전공의의 최대 허용시간은 주당 80시간이다. 근로기분법의 주당 40 시간의 두 배 이상의 근로를 전공의에게는 시킬 수 있다. 병원 안에 의사, 간호사, 의료기사 등 의료인력이 충분히 많은 것 같은데 왜 전공의가 이렇게 생고생하면서 근무해야 할까? 우리나라 전공의는 인도 카스트 제도의 천민계급이 수드라나 불가촉 천민 등급의 신분인가? 아니다. 충분히 존중받고, 잘 교육받아서, 미래의 우리나라 의학의 이끌 기둥이고, 저자와 같은 의대교수도 앞으로 병들 때 나를 치료해줄 미래의 내 주치의다.

국립대학교병원 중 최고, 최대 병원인 서울대병원은 교수가 675명인데 비해, 교육대상인 전공의와 전임의는 725명으로 교수보다 많다. 이런 경향은 다른 대형 대학병원에서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미국의 존스홉킨스 대학병원은 서울대병원보다 매우 적은 1162 입원 병상에 비해 훨씬 많은 2410 명 이상의 전문의가 근무하고 있다. 이 숫자에는 전공의와 전임의는 포합되어 있지 않다. 대학병원의 진료는 대부분 충분히 교육, 수련되어 경험이 풍부한 전문의가 담당하고, 교육 대상인 전공의와 전임의는 전문의 진료를 보조하면서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학병원에는 교수요원보다 전임의와 전공의의 숫자가 더 많은 것일까?

우리나라 의료수준과 의료의 공급이 OECD 수준에 비해 낮은 것인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국민은 전세계에서 1, 2위의 외래진료와 입원진료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OECD 평균보다 적은 의료비를 투자를 하면서, 이렇게 과할 정도의 충분한 의료제공을 받을 수 있는 비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이는 전공의와 전임의가 매우 작은 월급을 받으면서도, 엄청난 노동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전공의와 전임의 대신 전문의 자격의 교수를 충분히 채용하여 전공의의 업무 부담을 줄여주고, 제대로 된 교육과 수련을 동시에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하는데, 대학병원에서 왜, 아직도 이런 불합리한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우리나라의 불충분한 의료비 투자이다. 의료수가는 미국, 유럽, 일본에 비하여 턱없이 낮아서 충분한 의사 인력을 채용할 수 없기 때문에, 부족한 의사 인력을 교육과 수련의 대상인 전공의가 메꾸고 있고, 이런 막중한 임무를 담당한 전공의가 파업을 하면 남아있는 교수 인력 만으로는 현재의 대학병원의 진료업무를 모두 담당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고, 그에 걸맞게 의료도 충분히 잘 공급되고 있다. 전공의가 파업한다고 대학병원의 진료 차질이 오면 안된다. 제대로 된 의료공급 시스템을 앞으로 구성될 의정협의체에서 논의해서 만들어지길 바란다. 도시 근교에 있는 마트에 상품이 없어서 손님이 없다. 사장은 당장, 우선 무슨 일을 해야 할까? 직원을 빨리 새로 채용해서 직원숫자를 늘려야 할까? 아니면 물건을 빨리 사와야 할까? 조강희 충남의대 재활의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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