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정 한밭도서관장
김혜정 한밭도서관장
얼마 전 소설책 한 권을 선물 받았다. 같은 책을 읽고 나니 대화 중 화제가 자연스럽게 책 이야기를 넘나든다. 서로 인상 깊었던 부분을 발췌해서 적어 보내기도 한다. 그 부분을 소재 삼아 의견을 교환하며 공감하기도 하고 때로는 다름을 알게 된다. 깨달음을 주는 귀한 시간이다.

`모든 시민이 책 한 권을 같이 읽는다면`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시민독서운동이 있다. 1988년 미국 시애틀시 공공도서관 사서인 낸시 펄이 시애틀 시민 전체가 한 권의 책을 읽고 토론하자는 제안에서 시작됐다. 이 운동은 2001년 시카고에서 `앵무새 죽이기`라는 소설을 함께 읽고 당시 심각했던 인종차별에 대한 토론의 장을 펼치며 시민들 간의 이해를 높이고 지역통합에도 큰 역할을 했다. 이후 `One city, One book`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 독서운동으로 전파됐다.

2008년 시작된 `우리대전 같은 책 읽기`는 `One city, One book` 운동의 대전형 프로젝트다. 올해는 김희경 작가의 `이상한 정상가족`을 한 권의 책으로 선정했다. 저자인 김희경은 가부장제를 근간으로 한 한국의 가족주의와 특정한 가족 형태만을 정상으로 여기는 `정상가족`이데올로기를 비판한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묵인되거나 포장되어온 다양한 유형의 폭력을 중심으로 가족의 문제를 들여다보게 하고 가족의 문제를 가족에게만 맡겨둬서는 왜 안 되는지 함께 토론할 기회를 준다.

지속되는 물리적 거리두기로 인해 연결에 목말라하는 시기다. 우리가 서로 단단한 끈으로 연결돼 있음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멋진 방법은 바로 `우리대전 같은 책 읽기`에 동참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지인들에게 안부를 물을 때 "어떻게 지내세요?", "건강하시지요?"라는 인사말을 건네곤 한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 혹시 `이상한 정상가족`이라는 책 읽어보셨어요?", "2020년 우리대전 같은 책 읽기 선정 도서랍니다"라는 인사말을 추가로 건네 보는 것은 어떨까. 같은 책을 읽고 서로 질문하고 토론하면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우리의 모습을 그려본다. 김혜정 한밭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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