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대전시가 주도해 설립한 국제단체인 세계과학도시연합(WTA)이 해체 수순을 밟는다. 창립 이후 22년 동안 축적된 국제도시간 유무형의 교류자산을 폐기하기엔 아쉽다는 존치론과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코로나19 여파로 국내외 대면 접촉이 어려워졌으니 해산해야 한다는 무용론 사이에서 후자를 택한 셈이다. WTA는 창립 초기 10개국 23개 회원으로 시작해 현재 45개국 99개 회원을 보유한 국제단체로 성장하며 해외 회원도시와 과학기술 공유·확산, 국제교류 협력을 통한 과학기술 도시 대전의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해 왔다.

하지만 점차 회원들의 관심과 참여가 줄었고 최근 연회비 제도 부활에 따른 부담으로 일부 회원들의 탈회 신청과 전문가그룹의 WTA 실효성 의문 제기, 시의회의 해산 검토 요구, 사무국 운영비 지원 관련 감사기관의 지적 등으로 존립 기반이 흔들렸다. 여기에 올 들어 WTA 존폐를 가를 복병으로 코로나19가 창궐했다. WTA 정책과 사업을 심의·의결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WTA 총회는 오는 10월 21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스페인 남부 항구도시 말라가(Malaga)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현지 감염병 확산 여파로 공식 연기 요청이 접수된 것이다.

대전시는 말라가시 측에서 감염병 확산을 이유로 WTA 총회 연기를 공식 요청해 내년으로 미뤘고 현 시점에선 내년에도 개최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점, 세계적으로 비대면 문화가 빠르게 정착하는 추세에서 해외 회원도시들이 참여하는 WTA 정기사업 추진이 불투명하다는 점을 들어 해산 여부를 검토해 왔다. 시는 WTA 해산의 대안으로 세계지방정부연합(United Cites and Local Governments·UCLG)과 손잡고 새로운 국제협력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UCLG는 140개국 1000여 개 도시와 112개 지방정부연합체, 다수의 비정부기구(NGO)를 회원으로 보유한 세계 최대 지방정부간 국제기구다. 국제연합(UN)이 유일하게 인정한 지방자치단체간 국제협력기구다.

대전은 지난해 11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총회에서 2022년 UCLG 차기총회 개최지로 선정됐다. 시는 UCLG 세계이사회에서 운영 중인 12개 분과위원회에 `과학위원회`를 신설, 주요 사업과 어젠다를 다룰 워킹그룹과 시장단 회의를 구성하고 `글로벌 과학포럼`을 창립한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과학 관련 중앙부처와 공공기관을 참여시키고 중기적으로 국비 확보와 함께 공인 국제행사로 승격한다는 목표다. 시 관계자는 "WTA는 그동안 역할과 기능을 충분히 다했다"며 "해체라기보다 20여 년간 쌓아온 국제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계승·발전하고 시대적 흐름에 맞는 새로운 국제협력 플랫폼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회원도시들도 새로운 플랫폼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며 장기적으로 스위스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고의 경제포럼인 `다보스포럼`에 버금가는 대전포럼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부연했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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