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가 세종 이전을 모색하는 모양이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최근 국회를 방문, 민주당 소속 대전 지역구 국회의원들을 만나 중기부 세종 이전에 협조를 구했다고 한다. 의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박 장관은 다른 부처와의 원활한 업무 협조 등의 차원에서 대전에 소재한 중기부를 세종으로 이전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는 것이다. 그가 현 시점에 세종 이전을 추진하는 배경이 모호하지만 중기부의 위상과 역할, 지역사회의 여건 등으로 미뤄 대전에 있는 편이 타당하다는 점을 새겼으면 한다.

일단 박 장관이 내세운 중기부 세종 이전 근거는 설득력이 약하다. 그는 다른 부처와 업무 비효율을 얘기했지만 중기부가 위치한 대전청사에서 세종청사까지는 승용차 기준으로 30분이면 충분히 오갈 수 있다. 이 정도의 물리적 거리라면 하나의 생활권이나 다름없다. 출퇴근 시간 외엔 타부처와 업무를 협의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대전에 별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인식도 문제가 있다. 대전은 안 그래도 세종시 건설이 본격화된 이후 인구가 끊임없이 유출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중기부까지 세종으로 빠져나간다면 악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

중기부가 대전에 잔류해야 하는 할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대전은 서울, 경기에 이어 세 번째로 벤처기업이 많다. 이렇다 할 대기업 하나 없이 다수의 중소 벤처기업들과 함께 성장한 도시가 대전인 것이다. 게다가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집중된 국책·민간연구소와 고도의 기술 및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기술집약형 벤처기업이 상생의 묘를 살려 4차 산업혁명 핵심거점 지역으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중기부가 세종 이전을 추진하기 보다는 지난 20여년의 경험과 역량을 살려 대전시를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 정책 수립 및 지원 업무의 최적지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순리라 여겨진다.

중기부의 세종 이전설은 한두 번이 아니고 그럴 때마다 중기부도 명확한 입장을 유보하고 있다. 대전시의 반대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마침 엊그제 허태정 대전시장과 대전지역 국회의원들이 간담회를 통해 중기부의 세종 이전을 강력히 반대한다는 뜻을 모았다고 한다. 대전시는 앞으로도 이에 대해 경계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를 방관한다면 중기부의 탈 대전이 현실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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