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탄방점  [사진=대전일보DB]
홈플러스 탄방점 [사진=대전일보DB]
대전에서 기존 유통시설을 허물고 그 자리에 주상복합이나 오피스텔을 새로 짓는 `상업의 주거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대규모 유통점포가 온라인 쇼핑 강화 기조로 점차 시들해지는 국면에 미증유의 코로나19가 창궐·확산하면서 이익 창출의 수명을 다했다는 경제논리가 깔려 있다.

개발업자 입장에선 유통시설의 우수한 입지 경쟁력을 내세워 부동산 투자 수요를 자극하는 수익 모델이자 새로운 사업 돌파구로 기대할 수 있지만 도심 곳곳이 고층 오피스텔 건물로 채워진다면 도시 기능의 주거 쏠림과 주택 수요 전반의 왜곡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7월 매각이 확정된 홈플러스 대전 탄방점에는 연면적으로 12만 5000㎡, 49층짜리 오피스텔(630실)을 건립하겠다는 제안이 접수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을 신축할 때는 사업 시행에 따른 교통 문제를 분석·검토해 최소화하기 위한 교통영향평가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매각 발표에 앞선 6월 중순 한 업체가 교통영향평가 약식보고서를 제출한 것이다. 이를 받아 든 대전시는 현재 도시계획, 건축 등 관계부서와 협의 중이다.

시 관계자는 "사업자가 건축물 준공 후 주변 교차로 서비스 수준이나 주차대수 등을 분석·제출한 교통영향평가서를 관련부서에 전달해 검토 의견을 받고 있는 초기단계"라며 "협의가 아직 완료되지 않아 교통영향평가 심의위원회 개최 시기 역시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교통영향평가 이후에도 각종 건축심의 절차가 남아 있어서 건축허가와 착공까지는 적어도 6개월 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패션월드(서구 월평동)에도 40층 규모의 주상복합건축물을 올리겠다는 민간 제안이 접수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2004년 7월 문을 연 패션월드는 연면적 3만 4613㎡로 당시 183개에 달하는 중저가 패션잡화점이 입주했으나 경기 부진과 치열한 업계간 경쟁에서 밀리면서 사실상 폐업 상태다. 개발업자는 이 부지에 연면적으로 6만 7073㎡, 공동주택 364가구와 상가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하지만 지난 8월 말 대전시 도시계획위원회는 "특별한 개선대책이나 공공기여 없이 주상복합 아파트만 짓겠다는 민간제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며 `불수용` 결정을 내렸다. 패션월드 부지는 지구단위계획상 `준주거용지`로 5층 이상, 6층 이하로 건축물 높이를 제한하고 있다. 주변에 단독주택 등 주거가 밀집해 있다는 점을 고려해 최고높이가 118m에 달하는 고층 건물을 명확한 지역 공공의 기여를 전제하지 않고는 높이 제한을 풀 수 없다는 의미라고 시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와 달리 이랜드그룹이 백화점 형태의 대형 쇼핑센터를 건설하려던 서구 둔산동 928번지 NC쇼핑센터 부지(중심상업용지) 일원은 연면적 8만 7550㎡, 지하 6층, 지상 40층 규모로 오피스텔(430실)과 근린생활시설을 짓는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으로 변경됐다. 2011년 당초 12층짜리 쇼핑센터를 계획했으나 신세계사이언스콤플렉스 등 전국구 유통공룡들의 대전 상륙이 부담으로 작용해 공공성을 띤 민간임대주택으로 선회했다.

업체 측은 2022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공사 중이다. 판매유통시설의 주거화는 전국적인 흐름을 타고 있다. 대구에서는 롯데마트 칠성점 부지에 접수된 49층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 사업계획에 대한 교통영향평가가 조건부 통과(수정 의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지역 역시 홈플러스 탄방점과 함께 이달초 둔산점마저 매각이 확정됐고, 과거 매각설이 나돌던 홈플러스 유성점을 두고는 최근 들어 건축 가능 규모 등을 타진하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밝혔다.

목원대 정재호 교수(금융부동산학과)는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개발업자들이 주거시설 중에서도 점차 사업성이 높아지고 있는 주상복합 분야로 방향을 돌리는 건 이해할 만 하지만 지역에 우후죽순 격으로 고층 오피스텔이 공급된다면 전체적인 도시 기능이나 경관, 주택 수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볼 수만은 없다"며 "사업자와 건축허가권을 가진 관계기관 모두 지금 당장의 경제적 이익이나 수요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미래의 도시 모습을 어떻게 만들어 갈지 신중히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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