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연구개발 분야가 기초과학과 같이 절대적으로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은 아니다. 연구의 목표가 기초에서 응용으로 실제 활용에 가까워질수록 목표의 달성을 위한 연구개발 기간은 짧게 된다. 이런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서 출연연구원의 연구사업 계획서는 수행 예정인 연구사업의 연구단계가 기초, 응용, 개발연구 중 어느 단계인지를 선택하도록 한다. 또한 기술 성격이 씨앗연구, 원천기술, 산업계 현안기술, 첨단 추격기술인지를 밝혀서 연구사업계획을 검토할 경우 그 목적에 맞게 계획한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산업계에 종사하는 연구자의 시간은 어떻게 흘러갈까? 이름을 대면 모두 알 만한 대기업의 연구원들과 개발기간에 대한 대화를 통해 기업의 시계는 좀 더 빠르게 흐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업 연구원들의 경우는 통상적으로 1년 단위의 연구개발 기간을 설정한다고 한다. 그러나 기업의 수요부서인 사업부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보통 수개월 내에 개발을 완료하므로, 기업 연구원들에게 신속한 개발을 요청해와 난처한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그들에게 수년의 기간은 긴 시간이다. 응용연구에서 경쟁이 치열한 산업현장으로 가까워질수록 좀 더 짧은 기간 내에 결과물이 나오기를 원하는 것이다.
이미 우리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선진국과 경쟁하고 있으며 후발국에게 무서운 속도로 추격당하고 있다. 과거와 같은 선진국 따라 하기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대학과 출연연의 혁신적 기초연구 및 응용연구 결과물로부터 실제 산업에서 활용까지의 과정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하는 것만이 국가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이다. 그러나 기초과학으로부터 파생된 연구결과가 신산업을 창출하는 데는 오랜 기간과 거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기초, 응용, 개발, 산업현장의 각 연구단계에서 보는 시간은 상이하므로 이 시간을 잘 맞춰야 한다.
과학기술 역량의 약점이 국가에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고, 산학연 협력을 통한 신속한 극복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예가 일본의 일방적 수출규제다. 다행히 이로 인한 피해가 제한적이었지만 언제라도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음으로 국가적으로 소재, 부품, 장비 분야의 역량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이를 위해 주력산업분야의 핵심 요소기술을 중점적으로 지원해야 할 뿐만 아니라, 신산업 창출을 위한 미래 원천연구도 확대해야 한다. 또한 원천연구를 기획할 때 민간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터놓아 산학연 협력이 가능할 때만이 신속한 상용화가 가능하고, 이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향상할 수 있음을 명심하자. 강노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물리표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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