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위기 시 저소득, 저학력, 청년, 여성 계층의 고용 취약성이 높다. 미국이나 EU 회원국의 연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난다. 청년층이 소위 괜찮은 일자리를 잡기까지의 과정은 어느 나라나 쉽지 않다. 팬데믹은 가뜩이나 힘든 청년 일자리 상황을 절망적으로 만들고 있다. 세계노동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청년 노동자의 다수는 제대로 된 근로계약도 없이 비공식적인 형태로 고용돼 있다.
종사상 지위별로는 임시일용직으로, 직업별로는 서비스판매·단순노무 종사자로 일하는 청년이 절대 다수다. 경제상황이 나빠지면 경험이 부족한 청년 노동자는 숙련된 장년 노동자보다 먼저 근로시간이 단축되거나 해고 대상이 된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청년층이 느끼는 고통과 불안감은 다른 연령층보다 더 클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청년(15-29세) 고용상황을 보면, 청년 취업자 수가 올해 2-7월 중 지난 해 같은 기간 대비 평균 17만 9000명 줄어든 반면 실업률은 7월 9.7%로 전년 동월 보다 0.1%p 낮아졌다.
주요국의 청년 실업률 급등과 사뭇 대비되는 상황이다. 미국 청년(15-24세) 실업률은 올해 2월 7.7%에서 7월에는 18.6%로 급등했다. 국내 청년고용의 경우 실업률 자체는 상승하지 않았지만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청년층이 선호하는 괜찮은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자 아예 경제활동을 포기한 청년이 많아졌다. 7월 경제활동 참가율은 47.3%로 지난해 같은 달 48.9%에 비해 1.6%p나 하락했다. 청년층의 일자리 부족은 장기에 걸쳐 고착화된 청년 노동수급의 미스매칭과도 밀접히 연관돼 있다.
노동수요를 보면 세계화, 기술진보 등으로 생산직은 물론 사무직·판매직 일자리도 사라지면서 청년들이 선호하는 대기업, 금융기관 등의 신규채용 인원이 과거에 비해 대폭 줄었다. 노동공급 측면에서는 고학력화로 청년층의 생산직 기피와 한정된 괜찮은 일자리로의 쏠림 현상이 심화됐다. 1990년 33%였던 대학진학률은 지난해 70%를 기록했다. 치열한 취업현장의 이면에서는 최종학교 졸업 후에 취업을 안 하고 교육훈련도 받지 않고 그냥 쉬고 있는 NEET(Not Currently Engaged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니트족의 증가는 결국 부모세대의 노후 리스크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어떻게든 선망의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사회 전체로는 과도한 취업준비 기간과 인적자원 낭비로 부정적 영향이 큰 구성의 오류를 낳고 있다. 올해 학교를 졸업하는 청년세대는 외환위기 세대, 글로벌 금융위기 세대보다 더 혹독한 고용시장 여건에 직면할 지도 모르겠다. 기업들이 채용규모를 줄이는 것은 물론 채용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청년고용에 각별히 신경을 써서 평생 락다운 세대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코로나19에 대응한 청년 디지털 일자리 창출, 청년 일 경험 지원, 중소·중견기업 채용보조금 지급 등을 적극 실시하는 한편 청년 취·창업 지원을 위한 청년고용센터 운영 등 청년고용 지원정책을 강화해야겠다. 우리 청년들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내다보면서 일자리에 대한 가치관을 유연하게 조정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최요철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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