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돈 부르는 '화폐·주화' 재테크

한국조폐공사가 최근 선보인 2020 골드크라운 불리온 1온스 금메달.  경주 천마총에서 출토된 천마총 금관(국보 제188호), 금제 새 날개 모양 금관 장식(보물 제618호), 경주 천마총 장니 천마도(국보 제207호)를 앞면에 표현했다. 사진=한국조폐공사 제공
한국조폐공사가 최근 선보인 2020 골드크라운 불리온 1온스 금메달. 경주 천마총에서 출토된 천마총 금관(국보 제188호), 금제 새 날개 모양 금관 장식(보물 제618호), 경주 천마총 장니 천마도(국보 제207호)를 앞면에 표현했다. 사진=한국조폐공사 제공
집에서 굴러다니던 동전이 알고 보니 수십, 수백만 원의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는 이야기.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발행 연도·일련번호가 특별한 동전과 지폐는 시간이 흘러 상상하지 못할 대접을 받는다. 국가적인 행사나 기념적인 사건, 인물 등을 다룬 기념주화도 희소성 때문에 발행 당시 판매금액보다 더 높은 값어치를 인정받곤 한다. 화폐와 기념주화는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금과 은 못지 않게 생활 속 보물이 될 수 있다. 돈이 되는 화폐와 주화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기억의 가치 `기념주화`=지난 달 31일 대전에 본사를 둔 한국조폐공사는 이례적인 공개 추첨 행사를 했다. 이날은 국내 자연환경의 아름다움이 담긴 `2020 한국의 국립공원` 기념주화의 주인을 뽑는 날이었다. 4가지 종류(월악산, 계룡산, 한라산, 태안해안) 주화 발행을 위해 시중은행과 조폐공사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예약 접수를 받았는데, 단품과 4종 세트 모두 예약 접수량이 전체 발행량을 초과해 공개추첨이 진행됐다.

관심이 뜨거운 만큼 추첨에는 조폐공사 임직원과 한국은행 관계자가 참여했고 컴퓨터 프로그램이 활용되기도 했다. 주화의 인기를 방증한 셈이다. 조폐공사 등에 따르면 기념주화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스포츠 대회, 국제행사와 기념일 또는 한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다.

기념주화는 색상이 아름답고 변하지 않는 금·은·동 등 귀금속을 사용한다. 디자인의 표현에서 예술적 측면이 강조되고 희소성 유지를 위해 발행량을 제한하는 점이 일반 주화와는 다른 점이다. 국내 최초 기념주화는 1975년 발행된 `광복 30년 기념주화`다. 굵직한 국제 행사를 기억하는 기념주화로는 1988년 제24회 서울올림픽대회, 2002년 한일 월드컵 등이 있다. 2년 전에는 당시 인기 한류스타였던 엑소(EXO)를 주제로 한 상품이 만들어져 예약접수 첫날에 모든 수량이 완판 됐다.

시야를 넓혀 세계 기념주화 시장의 경향과 특징은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시도가 활발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미국은 독수리, 중국 펜더, 캐나다 단풍잎, 호주 캥거루,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기념주화 등 동일한 주제의 기념주화를 매년 새로운 디자인을 채택해 찍어내고 있다. 기념주화의 가치는 발행량에 비례한다고 보면 된다.

많이 찍어낸 주화는 시중에 다량으로 풀리고 상대적 값어치가 떨어지게 된다. 반대로 소량 생산하는 특정 주화는 발행가부터 수백만 원에 이르는 등 높은 가치를 지니게 된다. 시간이 지나 해당 주화의 역사적 의미까지 얹어지면 `부르는 게 값`이다.

◇`눈 크게 뜨고` 발행연도·일련번호=돈을 유심히 살피면 돈이 된다. 같은 액수의 돈이라도 언제 만들어졌고, 어떤 형태인지에 따라 발행금액보다 더 많은 값어치를 인정받는다. 돈이 돈을 부르는 말이 잘 들어맞는 경우가 화폐 재테크다. 주머니 속 쩔그렁 소리가 듣기 싫어 무심하게 다뤘던 동전이지만, 1998년에 발행된 500원 짜리 동전은 수집가들 사이에서 귀빈 대접을 받는다.

IMF 시절에는 동전 발행을 많이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략 알려진 `1998년산 500원`은 국내에 8000여 개 뿐이다. 소장가치가 매우 높기 때문에 보관 상태에 따라 원래 가치의 1000배 이상인 50만 원이 넘어가기도 한다. 활용도가 낮아진 10원짜리 동전 중에는 1966년 발행분이 최고 `물건`이다.

시가 300만 원이 넘는데, 발행연도가 너무 오래된 탓에 이제는 `눈 씻고 보려야 볼 수 없다`는 게 동전 수집가들의 전언이다. 50원짜리 중에는 1972년에 처음으로 발행된 동전이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지폐는 7자리 일련번호를 주목해야 한다. 일련번호가 한 개의 숫자로만 이뤄진 경우(1111111, 2222222 등)는 솔리드 노트로 불린다. 연속된 숫자(1234567, 2345678 등)는 어센딩노트, 백만 단위(1000000, 2000000 등)밀리언 노트, 같은 숫자가 반복되는 경우(1212121, 2323232 등) 리피터 노트 등이 특이 지폐로 수집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주머니 속에서 거추장스럽게 여겨졌던 동전과 지갑 속 지폐를 다시 확인해볼 때다. 김용언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한국조폐공사가 쥐의 해를 기념해 출시한 아트 메달. 사진=한국조폐공사 제공
한국조폐공사가 쥐의 해를 기념해 출시한 아트 메달. 사진=한국조폐공사 제공
지난 달 31일 한국조폐공사 본사에서 열린 `2020 한국의 국립공원` 기념주화 공개 추첨식 모습. 사진=한국조페공사 제공
지난 달 31일 한국조폐공사 본사에서 열린 `2020 한국의 국립공원` 기념주화 공개 추첨식 모습. 사진=한국조페공사 제공

김용언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