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황남동 120-2호분서 금동관·금귀걸이·구슬팔찌 등 피장자 착용 장신구 일체 발굴

120-2호분 금동관, 금드리개, 금귀걸이, 가슴걸이 노출 모습. 사진=문화재청 제공
120-2호분 금동관, 금드리개, 금귀걸이, 가슴걸이 노출 모습. 사진=문화재청 제공
경주 황남동 고분에서 1500년 전 신라시대 왕족이나 최고위 귀족으로 추정되는 피장자가 금동관과 금드리개, 금귀걸이, 은허리띠, 구슬팔찌 등 화려한 장신구를 치장한 채 세상 밖으로 나왔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경주 황남동 120-2호분에서 금동관 등 6세기 전반에 제작된 장신구 일체가 출토됐다. 특히 이번에 발견된 장신구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람 형상대로 발견돼 피장자가 착장한 상태로 묻힌 것으로 보인다. 피장자는 금동으로 만든 관(冠)을 머리 부분에 착장했고, 굵은고리귀걸이를 양쪽에 하고 있으며, 금동신발을 신고 있다. 경주 지역의 돌무지덧널무덤에서 관과 귀걸이, 반지, 신발 등이 일괄로 출토된 것은 1973년-1975년 황남대총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문화재청은 경상북도 및 경주시와 함께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사업으로 지난 2018년 5월부터 120호분을 발굴 조사하고 있으며, 이번에 피장자가 착장한 장신구가 대거 발굴된 곳은 황남동 120호분의 봉토를 파괴하고 축조된 120-2호분이다. 이번에 출토된 금동관은 가장 아래에 관테(머리에 관을 쓸 수 있도록 둥글게 만든 띠)가 있으며, 그 위에 3단의 나뭇가지모양 세움장식 3개와 사슴뿔모양 세움장식 2개를 덧붙여 세운 형태다. 현재까지 출토된 경주 지역의 금동관 가운데 가장 화려하다. 관테에는 거꾸로 된 하트 모양의 장식용 구멍이 정연하게 배치돼 있으며, 나뭇가지모양 세움장식의 끝부분에도 거꾸로 된 하트 모양의 구멍이 뚫려 있다. 금동관의 관테에는 곱은옥과 금구슬로 이뤄진 금드리개(금제수식)가 양쪽에 달려 있다. 관테와 세움장식 사이에는 `ㅜ, ㅗ` 모양의 무늬가 뚫린 투조판이 있는데, 세움장식의 상단에서도 투조판의 흔적이 일부 확인됐다. 투조판이 관모(冠帽)인지, 금동관을 장식하기 위한 용도였는지는 추가적인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동관의 중앙부에서 금동신발의 뒤꿈치까지의 길이가 176㎝인 것으로 보아 피장자의 키는 170㎝ 내외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문화재청 신라왕경사업추진단은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피장자의 성별 등을 포함해 추가로 더 밝힐 수 있는 것이 있는지를 확인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은허리띠의 드리개 연결부가 삼각 모양인 점, 부장칸에서 출토된 철솥(鐵鼎, 철정)의 좌·우에 고리 자루 모양의 손잡이가 부착된 점 등 기존에 보기 어려웠던 새로운 자료가 많아 추후 다양한 논의가 진행될 계획이다. 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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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2호분 금귀걸이 주변 유물 노출 세부 모습으로 점선으로 표시한 부분은 관테의 거꾸로 된 하트 모양 구멍임. 사진=문화재청 제공
120-2호분 금귀걸이 주변 유물 노출 세부 모습으로 점선으로 표시한 부분은 관테의 거꾸로 된 하트 모양 구멍임. 사진=문화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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