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가 종교가 아닌 까닭은 사서오경 속에 종교에 버금가는 철학이 있지만, 유교는 학문적 가르침 `敎`이다. 현실에 바탕 한 삶을 부정하지 않고 종교적 내세의 세계인 극락이나 천당도 없다. 유교는 종교가 갖추고 있는 필수 조건으로, 초월적 숭배 대상인 신이 없고, 신의 가르침이 담긴 경전이 없고, 종교의 절대가치인 내세관이 없고, 종교 행위를 할 수 있는 성전이 없고, 교인이 공유하는 교단이 없다, 때문에 유교는 종교가 아닌 학문이다. 문묘에서 유림이 성현에게 제를 올리는 것은 성현의 가르침에 대한 존경심과 성현의 삶을 닮고자 하는 간절함의 표현이다. 종교는 구원받기 위해서 믿는데, 유교는 믿음을 통해 천국이나 극락이 없다. 종교적 구원은 죽음 이후에 이루어지는데, 반대로 유교는 현실적 학문인 실학이기 때문이다. 공자는 귀신을 섬김에 관해 묻는 제자 자로에게 "사람도 잘 섬기지 못하는데"라고 했다. 고로 유학은 학문적 가르침이다. 학문을 하면서 시를 짓고 글씨를 쓰며 그림을 그리는 학예인이 선비였다. 선비정신이 우리 민족의 주된 정신이다. 취호당 최재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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