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숙 이레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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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계로 성공한 사람은 가수 김건모 밖에 없다`란 유머를 아는가. 안타깝게도 부모 탓, 남편 탓, 아내 탓, 주변 탓, 동료 탓 등등 요즘 주변 어느 곳에 가든지 핑계를 대며 남 탓 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살다보면 우리는 쉽게 자신의 문제점은 돌아보지 않고 모든 걸 남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 삼포세대, N포세대 등으로 대변되는 청년층이 한국을 자조하며 일컫는 `헬조선`이란 말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비정규직, 취업난, 열정페이, 무급 인턴 등 청년층의 현실이 작금의 한국사회를 지옥처럼 여겨지게 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성인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청년 관점의 젠더갈등 진단과 포용 국가를 위한 정책 대응방안 연구: 공정인식에 대한 젠더 분석`에 따르면 청년 응답자 83.1%가 한국 사회를 `헬조선`이라고 생각했고, `기회가 되면 한국을 떠나고 싶다`는 탈조선 응답이 75.4%, 흙수저는 금수저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응답도 85.3%를 차지했다.

이 조사 결과가 청년들의 고단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언제까지 핑계만 대고 남 탓만 하고 있어야 할까. 어떤 목표를 향하게 되면 극복해야 할 장애물은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일하는 태도, 생각하는 방식, 말하는 버릇 등 알게 모르게 자신의 부족함은 인정하지 않고 남 탓 하며 책임을 외면하는 이들은 성공하지 못하는 가장 큰 고질적인 특징들이다.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과 한국판 뉴딜 등 경기부양책이 시행되며 지난 7월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업황 전망 경기전망지수가 3개월 연속 반등세를 이어갔지만,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영향으로 중소기업 체감 경기가 다시 둔화될 위기에 빠질 전망이다.

이렇듯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안정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작금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필자는 어떤 문제를 풀어가는 데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외적인 요소, 그리고 또 하나는 내적인 요소이다. 이를 달리 생각하면,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내가 할 수 없는 것이다. 1990년대 김수환 추기경의 자동차 유리에 붙였던 `내 탓이오` 운동을 기억하는가. 남 탓 하기 전에 자신부터 돌아보자며 시작한 캠페인이었다.

내 탓이라고 하면 이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되고, `네 탓`이라고 하면 이는 내가 할 수 없는 것이 된다. 따라서 `내 탓이오`가 많으면 많을수록 내 의지에 따라 변화될 수 있는 범위는 넓어지고, 이는 결국 삶을 자신의 의지에 따라 만들어가는 범위가 더 넓어져, 자기 자신이 삶의 주체가 되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네 탓이라고 하면 일단 마음은 편할지 모르지만 이는 그 문제가 내 능력 밖의 것이 되고 그 부분에 대해서 타인에게 내 삶을 맡기는 게 된다.

1837년 경제 공황 때는 철도와 제철산업으로, 1930년대 대공황 때는 자동차와 석유화학산업이 꽃을 피우며 전례 없는 기술혁신과 새로운 산업으로 경기침체를 극복했다. 우리나라에선 1997년 IMF 외환위기 때 ICT 벤처기업 붐으로 어려움을 이겨낸 경험이 있다. 필자는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도 새로운 산업으로 극복할 수 있다 생각한다.

어떤 일을 하는데 있어서 미치광이처럼 그 일에 몰두해야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음을 뜻하는 불광불급(不狂不及)이란 말이 있다. 작금은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내 탓이오`를 크게 외치고 불광불급으로 모든 일을 대한다면 그나마 더 나은 미래 본인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까. 정미숙 이레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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