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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달라진 여성 노인들…동적인 주체가 되다

2020-09-03기사 편집 2020-09-03 08:4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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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어리딩 클럽·오! 문희·카일라스 가는 길·69세 등

첨부사진1영화 '치어리딩 클럽' 스틸 [찬란 제공]

자식을 위해 희생하던 어머니는 손주를 돌보는 할머니가 된다. '전통적 어머니상'이라고 추어올렸던 여성들은 수동적이고 희생적이며 정적인 존재들이었다.

영화 '마더', '시', '아이 캔 스피크',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등 기존의 정형화된 이미지에서 벗어난 여성 노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들이 10여년 전부터 등장하기 시작했지만, 최근 개봉한 영화들은 더 나이 든 여성들의 더 주체적이고 더 동적인 모습을 다양하게 담아내고 있다.

오는 10일 개봉하는 영화 '치어리딩 클럽'은 암 선고를 받고 항암치료를 포기한 마사(다이앤 키턴)가 도시 아파트 생활을 접고 실버타운으로 입주하면서 시작된다.

조용히 죽음을 준비하려고 이사를 온 마사에게 사생활이라고는 없는 오지랖 넓은 이웃들은 불편했지만, 그 오지랖 덕에 친구가 생기고 잊었던 꿈을 떠올린다. 마사는 아픈 어머니 때문에 포기했던 치어리더 꿈을 다시 이루기 위해 클럽을 결성한다.

까탈스러운 타운 대표나 고지식한 남편, 돈 관리 하는 아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마음만은 청춘인 8명이 간신히 모였지만 몸이 마음 같지는 않다. 인공 관절을 넣은 무릎에, 오십견이 온 어깨는 말을 안 듣고, 좌충우돌하다 부딪혀 기어이 부상자까지 나온다.

영화는 실제 애리조나의 실버타운에서 탄생한 치어리딩 클럽 '폼즈'(POMS)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폼즈'는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인 '아메리카 갓 탤런트'에 출연하고 BBC '100인의 여성'에 선정되며 전 세계에서 주목받았다.

데뷔한 지 50년이 넘은 70대 배우 다이앤 키턴이 전작 '북클럽'에 이어 주체적이고 당당한 노년을 보여준다.

테니스 선수 빌리 진 킹의 전설적인 승리를 담은 다큐멘터리 '더 레전드 오브 빌리 진 킹:배틀 오브 섹시스'(2013)를 만든 자라 헤이즈 감독의 장편 극 영화 데뷔작이다.
영화 '오! 문희' 스틸 [CGV아트하우스 제공]
이번 주 개봉한 한국 영화와 다큐멘터리 두 편은 80대 여성이 주인공이다.

전작 '아이 캔 스피크'에서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살다가 세계인 앞에 나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연기했던 나문희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영화 '오! 문희'에서 데뷔 59년 만에 액션 연기를 소화해냈다.

아들과 손녀가 마음 쓰이는 치매 노인 역은 가족극이라는 틀 안에 있지만, 올해 80대에 들어선 노배우가 직접 달리고, 트랙터를 운전하고, 거대한 고목에 오르는 액션에 도전을 감행한 건 존경과 찬사를 받을 만하다.
다큐멘터리 '카일라스 가는 길' 스틸 [진진 제공]
다큐멘터리 '카일라스 가는 길'의 주인공 이춘숙 씨는 84살의 나이에 고비 사막과 타클라마칸 사막을 지나고 알타이산맥과 파미르 고원, 티베트 고원을 넘어 마침내 불교 성지인 카일라스산을 순례한다.

거대한 자연 앞에서 작은 몸의 80대 여성은 어린아이처럼 행복해하고 기꺼이 감사해하며 한계 앞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의지를 보여준다.
영화 '69세' 스틸 [엣나인필름 제공]
앞서 지난달 개봉한 영화 '69세'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존재인 '가난한 여성 노인'이 처한 폭력과 편견에 맞서는 효정(예수정)을 통해 그 누구보다 깊고 단단한 내면을 가진 인간의 존재와 존엄을 웅변한다.

관록의 배우 예수정의 기품 있는 연기가 작품을 견인한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