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2부 문승현 기자
취재2부 문승현 기자
밤바다는 사나웠다. 해안선을 따라 크레모아라도 매설된 듯 파도는 폭발음을 내며 하얗게 비산했다. 저 멀리 아스라이 보이는 해변의 끝에서, 혹은 중간 어디쯤에서 단 한번 예고 없이 무수히 다른 양상으로 터졌다. 성큼성큼 뭍을 올라와 잠식하는 시커먼 바다의 속내는 교교히 물결을 떠다니는 둥근 달만이 알듯 싶었다. 지난달 휴가차 다녀온 서해안 바다의 살풍경이다. 여름밤 그 바다 앞에서, 휘몰아치며 부서지는 파도를 보면서 대자연의 위엄과 일개인의 무기력함에 다리가 후들거렸다. 무더운 한낮 키 작은 아이들의 물놀이를 허했던 고요한 바다는 온데간데없어 황망한 와중에 허태정 대전시장이 떠올라 더 당황스러웠다. 여름휴가와 바다와 허태정이라는 도무지 연결되지 않는 이 조합에 대한 설명을 굳이 지면에 담는 것으로 그에게 보내는 서신을 대신한다.

크고 작은 권력을 가진 자들은 수시로 메시지를 발신한다. 대표적인 수단이 인사다. 허 시장 역시 선출직 단체장으로서 시에 입성한 뒤 수차례 인사를 단행했다. 임기 전반기는 차치하고 최근 허 시장은 김재혁 전 정무부시장을 시 산하 최대 공기업인 대전도시공사 사장으로 낙점했다. 사장 임면권자인 시장이 마음을 굳혔으니 따 놓은 당상이지만 시의회 인사청문 절차와 별도로 인사혁신처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퇴직 공무원이 산하기관장으로 갈아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전형적인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이 빗발쳤다. 그런데도 허 시장은 "회전문 인사를 한 게 없다. 어떤 면에서 회전문인가. 회전문은 이쪽 일하던 사람을 돌려가며 임명하는 경우가 해당하는데 지역사회 자원을 제한해서 쓰지는 않는다"고 했다. 지난 임기 2년의 자신감인지, 무논리의 논리인지, 철학적이고 현학적인 레토릭의 창조인지 당최 알아들을 수 없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김 전 정무부시장을 도시공사 사장에 앉히겠다는 강한 의지만 도드라져 보인다. 어디 그뿐인가… 그때 말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한 답답함이 여름바다에서 그를 불러낸 것 같다. 시장 임기 4년 중 절반이 흐른 지금, 좋은 시절 다 지나고 거친 민심의 파도가 맹렬한 밤바다에 그가 홀로 서 있는 것 같아 애처롭다. 취재2부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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