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보 로고

세상에서 가장 슬픈 반어법…영화 '나를 구하지 마세요'

2020-09-02기사 편집 2020-09-02 08:33:55     

대전일보 > 연예 > 영화

  • 페이스북
  • 구글 플러스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블로그
  • 네이버밴드
  • 핀터레스트
  • 기사URL 복사

첨부사진1'나를 구하지 마세요' [리틀빅픽처스 제공]

어른들은 아이들이 어리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감정을 여과 없이 전달하는 잘못을 저지르곤 한다. 나아가 아이들에게도 그들의 삶이 있고 그것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점까지 잊어버린다.

영화 '나를 구하지 마세요'는 이런 어른들의 세상에서 위태로운 삶을 살아가는 한 소녀와 그를 구하고 싶은 한 소년의 이야기다.

아빠가 빚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 선유(조서연 분)는 엄마(양소민)와 함께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으로 이사 온다. 선유는 빚에 시달리는 엄마마저 자신을 떠나버릴까 두려워 일부러 씩씩한척한다.

전학 간 학교에서 말썽꾸러기 정국(최로운)이가 선유에게 관심을 보이고 친구들과 거리를 두려 하던 선유의 마음도 조금씩 열린다.

밤낮으로 일하며 빚을 갚으려 노력하던 엄마도 점점 더 지쳐가고 선유의 불안감도 커진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선유에게 "아빠 보러 갈래?"라고 묻는다. 선유는 이 말의 뜻을 알아듣고 엄마를 따라간다.

영화는 팍팍한 삶을 사는 평범한 어른들의 삶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를 과장하지 않고 그린다. 부모의 고통은 가족의 고통이 돼 자녀에게 그대로 전달되고, 어리다고 해서 그 고통을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니다.

선유의 엄마는 선유에게 술을 권하고 빚에 시달린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빚을 갚아달라는 엄마 친구의 이야기를 바로 옆에서 듣고 선유는 엄마의 채무자에게 직접 찾아가 돈을 갚아달라고 하기도 한다.

연출을 맡은 정연경 감독은 2016년 가을 낙동강 하류에서 엄마와 어린아이가 시신으로 발견된 사건을 이 영화의 모티브로 삼았다고 한다. 정 감독은 "아이가 남긴 메모에는 '내가 죽거든 색종이와 십자수 책을 종이접기를 좋아하거나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세요'라는 글이 적혀있었다"며 "이 메모를 남기며 그 아이는 도대체 어떤 마음이었을까를 생각했다"고 전했다.

얼핏 엄마를 따라가기로 하는 선유의 결정이 자신의 의사라고 착각할 수 있지만, 혼자 남게 될 두려움에 따라나선 것일 뿐이다. 영화 속 선유의 말인 '나를 구하지 마세요'는 사실 '구해달라'는 간절한 구조요청이었다.

영화의 결말 부분은 모티브가 된 실제 사건과는 달리 작은 희망을 준다. 정국의 관심과 애정이 선유를 절망 속에서 구해낼 수 있다는 그런 희망이다.

드라마 '사생결단 로맨스', '은주의 방', 영화 '마약왕' 등에 출연한 조서연이 선유를, 드라마 '굿 닥터'와 '아홉수 소년', 영화 '해피투게더' 등에 출연한 배우 최로운이 정국을 연기했다. 특히 최로운은 장난기 가득하고 밝지만, 어른만큼 때론 어른보다 더 속 깊은 정국으로 관객의 흐뭇한 미소를 자아낸다.

오는 3일 개봉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0일로 미뤄졌다.

[연합뉴스]
첨부사진2'나를 구하지 마세요' [리틀빅픽처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