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발성 폐섬유증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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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는 기도와 간질(間質 · 기관 사이에 있는 결합조직)로 이루어져 있다. 기도는 숨을 쉴 때 공기가 이동하는 통로이며 간질은 기도의 끝부분에 해당되는데, 여기서는 체내의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으로 배출되고 산소가 혈액 속으로 흡수된다. 즉 가스교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 부분은 원래 매우 얇고 연한 조직인데, 폐섬유증에 걸리면 단단하고 질긴 섬유조직으로 변화한다. 간질은 두꺼워지고 단단해지며 정상적인 구조가 파괴된다. 결과적으로 폐가 수축해 폐활량이 줄어들고 가스교환이 어려워진다. 이러한 변화가 원인불명으로 발생하는 경우를 `특발성 폐섬유증`이라고 한다.

◇증상과 진단=특발성 폐섬유증은 아무런 증상이 없이, 엑스레이 사진에 이상이 있어서 발견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마른기침과 호흡곤란이 주 증상이다. 일반적으로 환자들은 지속적으로 폐활량이 감소해 서서히 호흡장애에 이르는데, 비교적 안정적인 경과를 보이다가 급성으로 악화되는 경우도 많다. 일부 환자들은 진행이 처음부터 매우 급격해 1년을 버티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수 년 동안 매우 안정적인 상태로 지내는 환자도 있다. 즉 특발성 폐섬유증은 개개인별로 매우 다양한 경과를 보인다.

진단을 위해서는 학회의 진단기준을 따르며, 전형적인 병력을 가진 환자에게는 흉부 CT검사와 폐기능검사, 면역혈액검사 등을 시행하고, 이들 소견이 기준에 부합하면 진단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검사결과들이 비전형적인 경우가 많아서 수술적 조직검사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최종진단은 호흡기내과 뿐만 아니라 영상의학과, 병리과 등 다학제간 소견을 종합하여 확진을 내리고 있다.

◇치료=호흡곤란이 심한 환자는 가정 내 산소치료를 하게 된다. 호흡재활치료도 증상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최종적으로 폐 이식을 고려해 볼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약물치료가 중요하다. 그동안 고전적으로 스테로이드제나 항산화제, 면역조절제, 산분비 억제제 등의 약물을 써왔지만 일부환자에게 효과를 보일 뿐 전체 환자를 두고 보았을 때에는 폐기능 호전에 긍정적인 효과가 없었으며 사망률 감소를 기대하기도 어려웠다. 그렇기 때문에 특발성 폐섬유증은 특효약이 없는 `불치병`이라는 질환으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환자의 폐활량이 감소하는 속도를 늦춰주는 새로운 약제들이 개발됐다. 이미 손상된 폐기능을 회복시킬 수는 없지만 남아있는 폐 기능을 보존하는데 의미 있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합병증=특발성 폐섬유증은 예후가 매우 좋지 않은 질환이다. 말기에 호흡부전이 심해진다. 비교적 서서히 진행하다가 갑자기 나빠지는 급성 악화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폐렴이 일반인보다 자주 발생하고, 가벼운 감기도 위험할 수 있다. 그 밖에 폐동맥 고혈압이나 심부전증 등 심혈관계 질환도 합병될 수 있다.

간혹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는 독감예방접종을 하면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 환자가 있는데, 예방접종은 반드시 받아야 한다. 독감은 특발성 폐섬유증 뿐만 아니라 모든 만성 폐질환에서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방법=과거에는 특발성 폐섬유증은 `약이 없다`라는 표현을 쓸 만큼 불치병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새로 개발된 약제들은 폐기능 보호에 효과가 입증됐기 때문에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 무엇보다 폐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항상 몸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 감기 같은 사소한 질환이라도 걸리지 않도록 늘 신경 써야 한다. 노인들이 어린 손자와 손녀들을 볼 때 감기 걸리지 않도록 매우 신경 쓰고 정성을 기울이는 것처럼 말이다.

정인범 건양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만성 폐질환 환자들은 여러 가지로 어려운 점이 많을 것"이라며 "하지만 늘 기운내고 긍정적으로 활기찬 생활을 하시도록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정성직 기자·도움말=정인범 건양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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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범 건양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정인범 건양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

정성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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