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석 공주대 교수
오형석 공주대 교수
교육부는 지난 7월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 사업 계획을 발표하면서 한국판 뉴딜의 대표과제로 미래 교육으로의 전환을 견인할 신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제시된 4가지 목표 중 하나는 `저탄소 제로 에너지를 지향하는 그린 학교`다. 주요 내용으로는 건물 에너지 절약과 학생 건강을 고려한 제로에너지 그린 학교를 만들고 학교가 그 자체로 환경교육의 콘텐츠이자 교재가 되어 탄소 중립 사회를 이끌어갈 인재 양성의 요람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학교 단열 성능 개선, 신재생에너지 설비와 열 교환형 환기장치 등을 설치해 제로에너지 그린 학교를 구현한다고 한다. 그런데 두 달이 지난 지금도 창대한 목표의 자세한 가이드라인은 찾아보기 어렵다. 제로에너지 그린 학교 개념과 요소기술이라고 제시된 것은 기존 공공시설물에 적용되는 것과 거의 다를 바 없는 대부분 `설비` 계획이다. 과연 이러한 기술적인 부분만으로 교육부가 얘기하는 `그린 학교`가 완성될까?

이미 10여 년 전 지난 이명박 정권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표방하면서 `그린스쿨`, `에코스쿨`, `에코그린스쿨` 등 많은 정책이 시행됐으나 주로 노후시설 개선과 에너지 절약에 초점을 맞추면서 시설과 설비사업에 머무르며 사용자인 학교와 협의·연계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 당시에도 이런 한계에 대한 지적이 있었지만 예산 집행의 어려움과 정책 실행 주체의 인식 부족으로 원하던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 일본은 1990년대부터 `에코 스쿨` 사업을 추진했다. 일본의 친환경 학교는 환경을 고려해 건설되고, 환경을 고려해 운영되며, 환경교육에도 활용될 수 있는 학교 건축을 말한다. 건축, 운영, 교육 세 가지의 측면에서 접근을 강조하고 교육 시설정책과 학교 건축의 활용이라는 관점을 중요시한다. 이를 위해 우리의 교육부인 문부성, 지속가능한 건축을 추진하는 국토부와 목재를 활용한 학교시설을 위해서 농림수산부와 협력한다. 설비 부문에 치중한 우리와 달리 사람과 자연 등 지역 자원을 활용하고 학생 스스로 주체적인 노력을 하는 교육적인 부분이 가장 차이점이며 건축 면에서도 `부드러운 건축`을 강조하며 지역 산지의 목재를 학교시설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점이 다르다. 이는 콘크리트 구조를 탈피해 환경친화적 재료뿐만 아니라 인지적으로도 안정감을 주는 환경을 구성할 수 있다. 최근에 지어진 목조 학교의 아이들을 보면 일반 학교와 표정이 확연히 다를 정도로 아이들의 감수성에 자연 소재의 재료는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경향은 단지 일본만의 것이 아니다. 국가별로 차이는 있으나 그린스쿨 사업은 낡은 학교의 시설보수를 통한 교육환경 개선 사업을 포함하지만 시설과 설비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학교가 주체가 되어 주도하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방향성, 학습·교육·시설·환경을 통합적으로 활용하는 실천적인 환경교육 프로그램과 교육적 성과를 중요시한다. 우리의 그린학교 역시 에너지 절감을 위한 시설이나 설비 투자에 머무르지 않기 바란다. 학교와 전문가가 주체가 되어 미래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학교의 설립, 리모델링, 개축 등 생애 주기에 맞는 중장기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또 에너지와 관련해 예산을 투입하는 것보다 모니터링이 훨씬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며 이 과정을 통한 에너지 소비 데이터의 축적과 평가가 환경 관련 교육 프로그램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생태 위주의 친환경 교육을 넘어 실제 거주하는 환경과 에너지의 관계를 실질적으로 체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학교에 일방적으로 맡기기보다는 에너지 성능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전담기관을 설립하여 학교와 협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제로 에너지 그린 학교가 정권이 변할 때마다 그저 이름만 바뀌는 시설 사업이 아니라 진정한 뉴딜사업의 하나로 거듭나기 위해서 충분한 조사와 협의를 통한 구체적이며 장기적인 대안을 마련하길 바란다. 오형석 공주대 교수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