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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나도 친일 청산을 주장한다

2020-09-02기사 편집 2020-09-02 07: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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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홍경표 독립유공자유족회 대전지회 사무차장
지난 8월 27일자 '대일논단' '대전사람 김원웅'이라는 기고문을 읽고 안타까운 점이 있어 반대 기조의 글을 쓴다. 김원웅 광복회장은 75주년 광복절 기념식에서 "친일 미(未)청산은 한국사회의 기저질환이다."라고 전제하면서 미국과 이승만에 의해 친일청산이 좌절된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그는 또한 "친일청산은 여당 야당의 정파적 문제도 아니고, 보수·진보의 이념의 문제도 아닙니다. 친일청산은 국민의 명령입니다."라고 주장하여 우리 사회에 다시 큰 화두를 던졌다.

그런데 위 기고문에서 필자는 김원웅 회장이 주장한 메시지(message)를 비판한 것이 아니라 그 주장을 한 김원웅 회장 즉 메신저(messenger)를 공격하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 우리나라 보수언론에서 흔히 사용하는 '본질흐리기' 수법이다. 말하자면 '달을 가리키면 달을 보아야 하는데 달을 가리키고 있는 손가락을 본다.'는 말과 같은 의미이다. 일례로 필자는 김원웅 회장의 이력을 들어 '독재정권에 협력한 당신은 그런 주장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친일청산이라는 주장의 의미를 희석시키는 방법이다. 그리고 뜬금없이 등장하는 마오쩌뚱과 덩샤오핑의 언급은 매우 부적절하다. 중국의 선거개입 주장과 문재인 정권이 시진핑의 방한을 간청한다는 대목에서는 필자가 뭘 주장하는지 헷갈리게 한다. 이런 언급이 김원웅 광복회장의 기념사 비판에 왜 필요한가?

김원웅 회장이 주장한 내용 중 더러는 공감하지 못하는 내용이 있을 수 있을지언정 그 주장은 대부분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것이다. '이승만의 반민특위 강제해체와 친일반민족행위자 미(未 )처벌, 그리고 친일파와 결탁', 애국가 작곡가인 안익태의 '친나치 행적', '간도특설대 출신 백선엽의 반민족행위', '친일반민족행위자의 현충원 안장' 등은 우리 현대사를 조금이라도 들춰 본다면 금방 다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일제의 잔재는 걷어내야 한다.'는 필자의 주장은 일견 김원웅 회장의 주장과 일치하는 듯하다. 그러나 '지금 국민의식을 해방정국에 머물게 하는 정치는 문제가 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대부분 국가에서 반민족행위에 대한 처벌은 우리가 상상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무겁게 다루어 일부 국가에서는 소멸시효 자체를 적용하지도 않고 있다.

그 예로 프랑스의 나치 협력자 처벌을 살펴보자. 프랑스는 우리와 비슷하게 외국의 침입을 받아 약 4년간에 걸쳐 나치의 지배를 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레지스탕스를 이끌었던 드골은 정부 수립 후 나치에 협력하였던 반역자에 대하여 사형 11,200명(그러나 이 수치는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처형된 숫자이며 비공식집계로는 즉결처분이나 약식재판을 통해 처형된 사람이 무려 12만 명에 달한다는 설도 있음.), 강제노역 약 1만 명, 중노동 무기형 약 3천 명, 그리고 약 4만 명에게는 공민권 박탈을 각각 선고하였다. 특히 독일이 점령하고 있던 4년 동안 15일 이상 발행한 신문은 모두 나치에 협력한 것으로 간주, 폐간 조치를 하고 신문사의 재산을 몰수하였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든지 민족반역자에 대한 처벌은 다른 범죄보다 혹독하게 처벌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나치의 프랑스 지배보다 거의 10배에 가까운 기간 동안 식민지 수탈을 당하는 과정에서 훨씬 더 많은 민족반역행위를 저지른 자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명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안타까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대전사랑 김원웅'의 필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흔히 75년이나 지난 일을 지금에서 다시 언급한다는 것은 국민을 편가르기하는 것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일제의 식민지 지배에 적극적으로 협력하였던 많은 언론사와 적극적으로 일제에 협력하였던 친일반민족행위자, 그리고 그 후손들이 아직도 우리 사회의 주류로 자리잡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적절하지 않은 주장이다. 그들은 친일 미(未)청산의 최대 수혜를 입어 우리 사회에서 모든 권력과 부를 독점한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들은 민족 앞에 반민족행위에 대하여 반성과 참회하기는커녕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이들을 어찌 그냥 덮어주자는 주장을 할 수 있는가? 민족반역자들을 용서하고 큰소리치며 살 수 있게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말고는 세계 어느 곳에도 없다. 반면에, 독립운동에 전 재산과 목숨까지 바쳤던 독립운동가들의 후손은 가난을 대물림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역사이니 그냥 덮고 가자는 주장은 제발 하지 말자. 반인륜적·반민족적 행위자들에 대한 처벌은 소멸시효를 없애야 한다. 그들을 처벌하기 위해서는 소급입법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리하여 불의한 반민족행위에 대하여 역사적 심판이 엄중함을 후손에게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대전사람 김원웅'의 필자에게 권한다. 프랑스의 나치 부역자 처벌시 알베르 카뮈의 말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는 기회를 갖기 바란다.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것, 그것은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것과 똑같은 어리석은 짓이다." 제대로 된 친일반민족행위자에 대한 청산이야말로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이다. 홍경표 독립유공자유족회 대전지회 사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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