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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포럼] 원자력의 현재와 미래

2020-09-01기사 편집 2020-09-01 07: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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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구정회 한국원자력연구원 핵주기환경연구소장
우리나라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로 원자력이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급격히 커졌다. 특히 2016년 9월에 발생한 진도 5.8 규모 경주 지진의 영향도 컸다. 물론 당시 국내 원전 모두가 지진에 아무런 피해도 없어, 오히려 국내 원전의 지진에 대한 안전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확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원전에 대한 국민의 우려는 깊다.

그동안 원자력계는 국민 수용성 측면에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원자력계 사람들은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근거로 원전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지만, 원자력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 역시 인정해야 한다. 비록 원자력계에 30년을 넘게 종사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원자력을 반대하고 위험을 과대포장해 국민에게 막연한 공포를 심어주는 사람들이 안타깝게 느껴지지만, 이들을 설득해야 하는 일 또한 우리의 과제라 생각한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돌려놓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쉽지 않다고 포기한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원자력은 무조건 싫다는 신념을 가진 이들을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할지라도, 이들로부터 영향받아 원자력의 안전을 의심하는 사람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일은 가능하고, 그 분야 전문가로서 포기해서는 안 될 일이다. 신념이 사실인 양 진실을 호도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지난 신고리원전 5·6호기 공론화 과정을 통해 원전을 반대하는 이들과 찬성하는 이들의 주장을 함께 들으며,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을 경험했다. 원자력계 외부 사람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설명하며 설득하는 민주적인 절차는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원자력의 어려움은 내부에도 있다. 현재 원자력계 내부에는 새로운 폐단이 생기고 있다. 늘 비판에 직면하다 보니 새로운 기술을 도전적으로 개발하기보다 이미 외국에서 검증된 기술만 도입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 새로운 원자력 기술에 대한 인허가를 받는 것이 너무나 어려울 뿐 아니라, 새로 도입한 기술에 문제가 생길 경우 책임지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원자력 기술의 인허가 심사는 통과하기 어렵다. 원자력 분야보다 인허가받기 어려운 분야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그러다 보니 선배들이 힘들게 개발하고 국산화한 기술은 제쳐두고, 외국 기술을 통째로 도입하려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결국 어렵게 일궈놓은 국내 기술과 국내 산업 인프라가 사장되는 결과가 발생한다.

지금 우리는 무한경쟁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나라가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한 원전 1호기가 지난주 처음으로 송전을 시작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2009년 수출 계약 체결 후 11년 만의 쾌거이다. 이제 원자력계는 현재 우리가 우선 풀어야 할 숙제가 무엇이고, 미래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살펴봐야 한다. 필자는 2012년 프랑스에서 개최됐던 학회에서 프랑스 AREVA사의 간부가 했던 말을 늘 기억하고 있다. 그는 우리의 UAE 원전 수출에 매우 놀라면서도, 한국은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하지 못한다면서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을 깎아내렸다. 아직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해법을 이제는 찾아야 한다.

또 최소한의 신규 원전 건설은 여러모로 국가 경제 발전에 필요하다. 특히 원전 수출에는 더욱 중요한 문제다. 우리나라는 우수한 기술과 산업 인프라를 갖고 있다. 이제는 더욱더 안전하고, 효율성이 높은 원전, 국가나 지역 특성에 맞는 중소형 원자로 개발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원자력이 국내 산업발전은 물론 세계 각국의 수요에 맞는 원전을 수출해,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된 국가 경제를 일으켜 세우는 원동력이 되기를 희망한다. 현재를 제대로 보고 숙제를 풀어낸 원자력이야말로 어려운 우리의 현재를 밝은 미래로 이끄는 데 앞장설 수 있다고 확신한다.

구정회 한국원자력연구원 핵주기환경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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