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보 로고

[세상보기] 균형발전 오해와 진실

2020-08-31기사 편집 2020-08-31 07:35:12     

대전일보 > 오피니언 > 사외칼럼

  • 페이스북
  • 구글 플러스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블로그
  • 네이버밴드
  • 핀터레스트
  • 기사URL 복사

첨부사진1진승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기획단장
2017년 타계한 스웨덴의 보건통계학자 한스 로슬링(Hans Rosling)은 그의 유작 '사실충실성(Factfulness)'에서 현대인이 지닌 편견을 바로잡을 수 있는 몇 가지 화두를 던졌다. '지난 20년간 세계 인구중 극빈층 비율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와 같은 질문들이 주를 이루는데 삼지선다형 객관식 질문임에도 불구하고, 이 문항의 답을 맞힌 사람은 거의 모든 나라에서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국인의 정답률은 프랑스와 함께 최하위권인 4%에 머물렀다. 정답은 바로 '전 세계에 걸쳐 극빈층은 지난 20년간 절반으로 감소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부정 본능'이 발현되는 이유로 로슬링이 꼽는 이유는 언론의 선별적 보도와 개인들의 미화된 기억이다. 현재를 설명하고 있는 '뉴스'는 주로 좋지 않은 소식들로 점철되어 하루가 멀다 하고 대중들에게 전달되는 반면, 과거를 회상하는 '기억'은 당시의 실제보다 좀 더 나은 모습으로 우리의 뇌에 저장되어 있어, '옛날보다 못한 오늘날' 혹은, '나아진 것 없는 현재'라는 왜곡된 느낌을 심어준다는 논리다.

지역의 사정이 녹록치 않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수도권 인구가 50%를 넘어섰고, 기업과 자본, 대학과 교육, 문화 예술과 보건의료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수도권 집중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대로 30년이 지나면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중 3분의 1인 85개가 소멸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여기까지는 엄연한 사실이고 현실이다.

정부가 수도권 과밀화를 막기 위해 10여 년 전 건설한 혁신도시는 지역성장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하리라 기대했지만 주말마다 텅 빈 도시가 되고, 지방에 내려간 공공기관은 지역 공동체를 겉돌고 있다. 행정수도를 기대했지만 행정중심복합도시에 머문 세종시는 충청권의 역내 인구만 빼앗아 왔을 뿐, 공직사회에 '길거리 국장', '카톡 과장'을 양산했다. 혁신도시 건설이 마무리된 이후 최근 몇 년 간은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뚜렷한 대책이 무엇인지, 눈에 잘 띄질 않는다. 여기까지는 언론을 통해 자주 접해 봄직한 소식이거나, 적지 않은 독자들의 '느낌'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쩌면 과거에 그렸던 장밋빛 청사진과 비판적 시각의 뉴스로 바라 본, 사실충실성이 결여된 균형발전의 모습일 수 있다.

로슬링은 '부정 본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수준과 앞으로의 변화의 방향을 구별하는 연습을 하라고 제안한다. '나쁘지만 나아지고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이 사실에 충실한 식견이라는 것이다.

다시 한 번 사실을 살펴보자. 10개 혁신도시는 지난해 주민등록인구 21만 4000여 명으로 성장하고 있고, 가족동반 이주율 역시 정부대전청사 이전 10년차와 비슷한 65%에 육박했다. 공공기관 이전과 함께 혁신도시에 입주한 기업은 1400여 개에 달하고, 지방세수 증가분은 4000억 원을 넘어섰다. 세종시 인구는 34만 명으로 가파르게 상승중에 있고, 최근 국회 주도의 다양한 논의와 함께 또 한 번의 모멘텀도 예견된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초 24조 원 규모의 예타면제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를 통해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충남 석문산단 인입철도, 세종-청주 간 고속도로 및 충북선 고속화 사업 등을 착실히 추진하고 있다. 오는 2022년까지 총 175조 원의 재원을 투입하도록 한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도 지역 주도로 차근차근 진행중이다.

비록 지역의 현실은 만만치 않지만, 적지 않은 성과와 기회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제는 비판에 매몰되기 보다는 지역 스스로가 보다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대안들을 발굴하고 이를 공론화시켜 현장에 적용해야 할 때다. 지방소멸을 걱정하고, 코로나19로 전국이 신음하는 오늘날도 우리는 그렇게 미래 희망을 써내려가고 있다. 진승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기획단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