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승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기획단장
진승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기획단장
2017년 타계한 스웨덴의 보건통계학자 한스 로슬링(Hans Rosling)은 그의 유작 `사실충실성(Factfulness)`에서 현대인이 지닌 편견을 바로잡을 수 있는 몇 가지 화두를 던졌다. `지난 20년간 세계 인구중 극빈층 비율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와 같은 질문들이 주를 이루는데 삼지선다형 객관식 질문임에도 불구하고, 이 문항의 답을 맞힌 사람은 거의 모든 나라에서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국인의 정답률은 프랑스와 함께 최하위권인 4%에 머물렀다. 정답은 바로 `전 세계에 걸쳐 극빈층은 지난 20년간 절반으로 감소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부정 본능`이 발현되는 이유로 로슬링이 꼽는 이유는 언론의 선별적 보도와 개인들의 미화된 기억이다. 현재를 설명하고 있는 `뉴스`는 주로 좋지 않은 소식들로 점철되어 하루가 멀다 하고 대중들에게 전달되는 반면, 과거를 회상하는 `기억`은 당시의 실제보다 좀 더 나은 모습으로 우리의 뇌에 저장되어 있어, `옛날보다 못한 오늘날` 혹은, `나아진 것 없는 현재`라는 왜곡된 느낌을 심어준다는 논리다.

지역의 사정이 녹록치 않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수도권 인구가 50%를 넘어섰고, 기업과 자본, 대학과 교육, 문화 예술과 보건의료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수도권 집중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대로 30년이 지나면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중 3분의 1인 85개가 소멸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여기까지는 엄연한 사실이고 현실이다.

정부가 수도권 과밀화를 막기 위해 10여 년 전 건설한 혁신도시는 지역성장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하리라 기대했지만 주말마다 텅 빈 도시가 되고, 지방에 내려간 공공기관은 지역 공동체를 겉돌고 있다. 행정수도를 기대했지만 행정중심복합도시에 머문 세종시는 충청권의 역내 인구만 빼앗아 왔을 뿐, 공직사회에 `길거리 국장`, `카톡 과장`을 양산했다. 혁신도시 건설이 마무리된 이후 최근 몇 년 간은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뚜렷한 대책이 무엇인지, 눈에 잘 띄질 않는다. 여기까지는 언론을 통해 자주 접해 봄직한 소식이거나, 적지 않은 독자들의 `느낌`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쩌면 과거에 그렸던 장밋빛 청사진과 비판적 시각의 뉴스로 바라 본, 사실충실성이 결여된 균형발전의 모습일 수 있다.

로슬링은 `부정 본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수준과 앞으로의 변화의 방향을 구별하는 연습을 하라고 제안한다. `나쁘지만 나아지고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이 사실에 충실한 식견이라는 것이다.

다시 한 번 사실을 살펴보자. 10개 혁신도시는 지난해 주민등록인구 21만 4000여 명으로 성장하고 있고, 가족동반 이주율 역시 정부대전청사 이전 10년차와 비슷한 65%에 육박했다. 공공기관 이전과 함께 혁신도시에 입주한 기업은 1400여 개에 달하고, 지방세수 증가분은 4000억 원을 넘어섰다. 세종시 인구는 34만 명으로 가파르게 상승중에 있고, 최근 국회 주도의 다양한 논의와 함께 또 한 번의 모멘텀도 예견된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초 24조 원 규모의 예타면제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를 통해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충남 석문산단 인입철도, 세종-청주 간 고속도로 및 충북선 고속화 사업 등을 착실히 추진하고 있다. 오는 2022년까지 총 175조 원의 재원을 투입하도록 한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도 지역 주도로 차근차근 진행중이다.

비록 지역의 현실은 만만치 않지만, 적지 않은 성과와 기회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제는 비판에 매몰되기 보다는 지역 스스로가 보다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대안들을 발굴하고 이를 공론화시켜 현장에 적용해야 할 때다. 지방소멸을 걱정하고, 코로나19로 전국이 신음하는 오늘날도 우리는 그렇게 미래 희망을 써내려가고 있다. 진승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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