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조선시대 상소문의 형태를 빌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글이 올라와 화제다.

이 글이 게시판에 제대로 노출되지 않자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일부러 비공개 처리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지만, 27일 오전 이 청원에 동의하는 인원은 이미 4만 명을 넘어섰으며, 청와대는 "정상 절차에 따라 글의 공개 여부를 검토하는 단계"라고 해명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난 12일 올라온 `진인(塵人) 조은산이 시무 7조를 주청하는 상소문을 올리니 삼가 굽어살펴주시옵소서`라는 제목의 글은 청원 게시판에선 검색으로 조회가 불가능하고, 추천 순으로 게시 글을 소개한 곳에서도 볼 수 없다. 해당 글을 바로 볼 수 있는 주소로 접속해야만 확인이 가능하다. 하지만 26일 이 같은 사실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27일 오전 9시 기준으로 동의인 4만 명을 넘긴 것이다. 네티즌들이 직접 링크된 주소를 찾아가 동의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글은 본인을 `조은산`이라고 밝힌 청원인이 상소문 형식으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보낸 것으로 코로나19 사태를 직면한 현재의 상황을 짚으면서 시작된다. 그는 "백성들의 삶이 이러할 진데 조정의 대신들과 관료들은 국회에 모여들어 탁상공론을 거듭하며 말장난을 일삼고 실정의 책임을 폐위된 선황에게 떠밀며 실패한 정책을 그보다 더한 우책으로 덮어 백성들을 우롱하니 그 꼴이 가히 점입가경"이라고 탄식했다.

이어 "어느 대신은 집값이 11억이 오른 곳도 허다하거늘 현 시세 11프로가 올랐다는 미친 소리를 지껄이고 있으며, 본직이 법무부장관인지 국토부장관인지 아직도 감을 못 잡은 어느 대신은 전월세 시세를 자신이 정하겠다며 여기저기 널뛰기를 하고 칼춤을 추어 미천한 백성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사온데 과연 이 나라를 일으켜 세우려는 자들은 일터에 나앉은 백성들이옵니까 아니오면 궁궐과 의회에 모여 앉은 대신들이옵니까"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시무 7조` 중 세금 문제를 가장 먼저 언급하고, 시무2조는 감성보다 이성을 중히 여긴 정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신하를 가려쓰시옵소서", "헌법의 가치를 지키옵소서", "스스로 먼저 일신하시옵소서" 등의 내용을 담아냈다.

`청와대가 의도적으로 숨긴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명예훼손 성격의 청원이나 중복청원 등이 많다는 지적이 제기돼 작년부터 100명 이상의 사전동의를 받은 글만 내부 검토를 거쳐 공개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며 "이번 청원 역시 현재 공개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송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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