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순 대전문인총연합회 회장
김명순 대전문인총연합회 회장
사람은 태어날 때 어느 나라에서 태어나 그 나라의 국민이 된다. 나는 대한민국에 태어나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왔다. 국민이라는 이름 앞에는 그 나라의 국가적 이념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다. 인간 세상은 국적을 초월한 시장(市場)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다. 삶을 위해서는 사람은 누구나 시민(市民)으로 시장에 나가 돈을 벌어야 살 수 있다.

돈을 번다는 것은 사회에 기여한다는 의미이다. 내가 살기 위해서는 사회에 물질이나 정신, 아니면 기술을 공여하여 그 대가를 받는 서비스 시스템의 일원이 돼야 하는 것이다. 서비스(奉事)의 질이 곧 돈이다. 교육의 목적도 직업을 선택하는 방법이 되었다. 대학에서도 인문학과가 폐지되고 교양과목에서도 사라지고 있다.

사람이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는 희로애락(喜怒哀樂)의 순간을 슬기롭게 맞이할 수 있는 정서가 있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아름다운 사랑의 정서를 가지고 태어났다. 기쁨은 잠시 있다 사라지는 것이고, 노여움은 원인을 몰라 노여운 것이며, 슬픔도 구름 같은 것이어서 사라질 것이고, 즐거움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 안에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인공지능 시대는 언택트 시대가 전재조건이다. 돈을 찾다가 자아를 상실한 사람들이 많은 세상에서 접촉이 사라진 세상에서 겪는 상실이 가져다주는 공허감에 갇히기 쉬운 세상으로 진입하였다. 꽃이 피어야 벌 나비가 날아든다. 사람마다 지닌 아름다운 서정을 표현하는 삶을 추구해야 한다. 교육 방법도 바뀌어야 한다. 한 가지만 잘하는 사람이 아닌 개인이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자기표현의 꽃을 피우는 사람을 길러야 한다.

시인(詩人)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는 희로애락을 글로 표현하며 사는 사람이다. 시인은 직업이 아닌 사람답게 사는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시를 쓰며 시처럼 사는 사람을 시민(詩民·poetizen)이라 부른다. 언택트 시대 세상에 아름다운 정서를 표현하며 사는 시민이 많은 시민사회(詩民社會)가 되기를 바란다. 김명순 대전문인총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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