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경제 어디까지 왔나

2009년 정부의 산업단지 재정비사업 시범산단으로 지정되면서 전환점을 맞은 대전산단.  사진=대전산업단지관리공단 제공
2009년 정부의 산업단지 재정비사업 시범산단으로 지정되면서 전환점을 맞은 대전산단. 사진=대전산업단지관리공단 제공
대전은 대덕특구 등을 갖춰 4차 산업혁명을 포함, 중부권 경제 중심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기본 산업구조가 `과학도시`라는 명성이 무색할 만큼 취약하다. 여전히 서비스업이 강하고 제조업 기반은 취약한 게 단점이다. 전국 제조업 산업용지 면적 중 대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3% 미만으로 전국 광역시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제조업 사업체 당 연평균 증가율도 전국 평균 이하로 이는 도시 성장의 한계로 이어지고 있다.

대전 산업의 뼈대를 이루는 서비스업종 위주 구조는 코로나19 등 외부 충격에 유독 약할 수밖에 없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특화산업 발전이 필요한 이유다.

◇속속 떠나는 사람·기업= `기업하기 좋은 도시 대전`이라는 슬로건은 알짜 기업의 탈(脫)대전 가속화로 무색해졌다. 과거 대전산단을 대표하던 삼영기계와 동양강철 등이 떠난 지 오래다. 다목적 도로관리차 생산업체인 이텍산업과 광학기기 제조업체 에스피오, 세탁세제 전문업체 화인TNC가 세종시에 둥지를 트는가 싶더니 화장지로 널리 알려진 중견기업 미래생활이 같은 길로 갔다.

지역사회에 기반을 두고 창업을 해 지역경제의 버팀목이 돼온 기업들이다. 암울한 실상은 여러 지표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대전지역 중견기업은 타 광역시보다 유독 적다.

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대전은 대전·대덕산단를 제외하고 오래된 산단이 없었던 것이 문제. 최근 들어 그나마 대전 동구에 하소산단이 조성됐지만 위치상 대전남부인 만큼 분양당시 큰 수요가 없었던 게 사실"이라며 "대전의 향토업을 육성하기 위해선 기업유치보다 탈 대전을 막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낡은 심장 노후 산업단지= 대전을 대표하는 산업단지는 2곳이다. 1·2단지인 대전 대덕구 대화·읍내동 일원 대전산업단지와 3·4단지인 대덕구 문평·신일동 일원 대덕산업단지다.

이 중 대전산단은 1969년 1단지 조성사업을 시작으로 1979년 2단지가 조성됐다.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대전경제 발전의 엔진 역할을 해온 곳이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특화된 산업단지로 발전하지 못하고 기반시설마저 노후화되면서 낙후 산단의 전형이 됐다.

도시 발전에 따라 외곽지역에 있던 산단이 도심에 자리 잡게 되면서 낡은 건물과 도로들은 과학도시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고속도로·철도와 갑천·유등천에 둘러싸여 섬처럼 도시로부터 고립된 상황이다. 쇠락해 가던 산단은 2009년 정부의 산업단지 재정비사업 시범산단으로 지정되면서 전환점을 찾았다.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게 될 재생사업은 기대감과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사업에서 제외된 지역의 향후 개발과 그동안 재산권 행사에 제한 걸린 민원을 어떤 방법으로 대처할지 숙의가 필요하다. 입주기업이 가장 큰 문제로 꼽아온 주차시설과 산단 인프라 구축을 둘러싼 해법제시도 시급하다.

◇4차 산업혁명 주도권 잡을까= 최근 전국 지방자치단체는 너도나도 4차 산업혁명 청사진을 쏟아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는데 공통분모가 있지만, 풀어내는 방법은 저마다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대전시는 `4차 산업혁명 특별시` 조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대전이 가진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게 대체적 의견이다. 대전세종연구원은 올해 내놓은 `대전시 4차 산업혁명 대응 방안` 연구보고서에서 대전시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및 대덕R&D특구 등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추켜세웠다.

동시에 문제점도 꼬집었다. 2017년 최초로 4차 산업혁명 특별시 추진계획을 수립했지만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한 전략분야와 관련한 선택과 집중이 부족하고, 4차 산업혁명과 연관성이 떨어지는 사업까지 광범위하게 포함됐다고 연구원은 지적했다.

가까운 예로 초고속통신망은 혁신성장과 사회문제 해결을 동시 달성하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수단이지만, 대전의 통신망 구축 투자는 부족하기 짝이 없다. 4차 산업혁명의 기초가 되는 지능화 기술의 산업적 활용이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게 문제다. 신산업·시장 창출을 촉진하는 산업 인프라·생태계 조성도 미흡하긴 마찬가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일자리 변화와 잠재적 역기능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가 부족하다는 점은 개선점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대전의 잠재력을 조기에 가시화하고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전의 한계점에 대한 명확한 인식 속에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신성장 산업의 도출과 산업생태계 구축, 기존 산업구조의 재편 방향 설정, R&D 기반의 신성장 동력 창출 등이 과제로 대두된다.

박종훈 한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정책은 당장 짧은 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다. 지자체는 눈에 띄는 아웃풋(결과물)을 원하겠지만 욕심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대신 그는 "대전은 4차 산업혁명 특별시라는 목표에 걸맞게 타 지자체에 없는 특별한 환경을 만드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며 "새로운 기술·제품·서비스의 성능과 효과를 시험할 수 있는 `테스트 베드`로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교수는 "`특정 기술은 대전에서 테스트 해봐야 한다`는 인식이 업계 전반에 뿌리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언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용언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