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위성·원전 등 과학기술 혁신

초전도핵융합 연구장치 `KSTAR`(왼쪽 위)와 1978년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한 지대지 미사일 백곰(NHK-1·오른쪽)·천리안 2A호의 모습. 사진=국가핵융합연구소·국방과학연구소·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초전도핵융합 연구장치 `KSTAR`(왼쪽 위)와 1978년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한 지대지 미사일 백곰(NHK-1·오른쪽)·천리안 2A호의 모습. 사진=국가핵융합연구소·국방과학연구소·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대덕특구 리노베이션

1973년에 태어난 대덕연구개발특구(대덕특구)는 연륜에 걸맞게 성장과 성공을 거듭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무한한 가능성을 선보였다. 특히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과학기술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역할을 톡톡히 했다.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씨앗이자 열매라 말할 수 있다. 현재도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정부출연연구기관을 비롯해 과학기술 분야 1900개 기관이 입주한 국내 최대 연구 개발 혁신 거점지구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오는 2023년 출범 50주년을 맞아 재창조 사업을 추진해 글로벌 연구 개발 혁신 클러스터로서 재도약을 준비 중인 대덕특구의 어제와 오늘 미래를 얘기해본다.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1978년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한 지대지 미사일 백곰(NHK-1)은 대덕특구 최초의 성과로 꼽힌다.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으로도 평가받는데, 당시 우리나라 국방 기술력이 소총 정도를 생산하는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탄생한 백곰은 외형은 미국 나이키 허큘리스 지대공 미사일을 개량했지만, 유도장치 등 내부는 국산 기술로 만들어 낸 새로운 미사일이었다. 백곰 미사일이 시험 발사에서 성공한 1978년 9월 26일은 우리나라가 세계 일곱 번째 유도탄 개발국이 되는 날이기도 했다. 백곰 성능을 개량한 게 한국군 최초 실전 배치 미사일이자 정밀 타격 무기체계인 현무(NHK-2)다.

◇반도체 시장 선도의 초석=당시 우리나라가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선도할 줄 짐작했을까? 한국전자통신연구원과 삼성반도체통신 등이 참여한 공동연구팀은 1989년 2월 4M DRAM 독자 개발에 성공했다. 초고집적 반도체 기술 공동개발 사업이 추진된 지 3년이 채 지나지 않아서다. 다만 샴페인을 터트리기엔 일렀다. 당시 반도체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이 16M·64M DRAM 개발을 추진 중이었기 때문이다. 곧바로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착수했고 일본과 비슷한 시기에 16M DRAM 개발에 성공한 데 이어 1992년 세계 최초로 64M DRAM을 선보이기에 이르렀다. 4M DRAM 개발 성공은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석권하는 우리나라 반도체 개발의 단초를 제공했다.

◇원전 기술 독립의 꿈=한국원자력연구원은 1998년 순수 국산 원자로인 한국표준형원전 개발에 성공했다. 1978년 국내 첫 원전인 고리 1호기 운전에 나선 지 20년 만에 이룬 원전 기술 독립이었다. 이후 10년 뒤 한국표준형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향상시킨 한국형 신형 경수로 APR을 개발해 해외에 수출함으로써 세계 6번째 원전 수출국으로 거듭났다. 한국표준형원전은 설계부터 건설까지 100% 국산 기술이 들어갔다. 나아가 우리나라 환경과 산업·공업 수준에 맞춰 개량해 최적화한 원전으로 평가받는다. 1995년 북한 함경남도 신포 경수로 건설 사업의 원전 모델로도 채택된 바 있다.

◇에너지 자립을 향한 첫걸음=국가핵융합연구소는 2007년 세계적 수준의 첨단 핵융합 연구 장치인 KSTAR를 완공했다. 1995년부터 12년간 3090억 원이 들어간 KSTAR는 우리나라가 에너지 자립국으로 나아가는데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우리나라가 핵융합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핵융합 연구·개발 능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우리나라는 이러한 KSTAR 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현재 과학기술계 최대 프로젝트로 평가받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에 참여하고 있다. 세계 7개 선진국이 참여한 이 프로젝트에서 우리나라는 주요 부품을 조달하는 등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우주강국으로의 도약=2018년 12월 5일 프랑스령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천리안위성 2A호가 아리안-5 발사체에 담겨 발사됐다. 천리안2A호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상관측 탑재체를 품고 있다. 기존 위성보다 해상도가 4배 향상된 고화질 컬러 영상을 전달 할 수 있어 구름·산불 연기·황사 등 기상 구분이 가능하다. 태풍의 중심 위치 추적도 가능해 태풍 이동 경로 추적 정확도도 높였다. 천리안2A호는 우주기상도 관측하는데, 태양 흑점 폭발이나 방사선 폭풍 등 우주기상 정보를 제공한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 2월 천리안2B호(대기·해양 환경)가 우주에 띄어졌고 우리나라는 정지궤도위성으로서 세계적인 수준의 개발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진웅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천리안위성1호가 촬영한 지구 모습. 흑백으로 촬영됐다.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천리안위성1호가 촬영한 지구 모습. 흑백으로 촬영됐다.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천리안위성2A호가 첫 관측한 지구 모습. 천리안위성1호와 달리 고화질 컬러 촬영으로 이뤄졌다.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천리안위성2A호가 첫 관측한 지구 모습. 천리안위성1호와 달리 고화질 컬러 촬영으로 이뤄졌다.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장진웅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