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명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원장

김명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원장 사진=ETRI 제공
김명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원장 사진=ETRI 제공
정부가 최근 발표한 `디지털 뉴딜`의 핵심은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신기술을 통해 경제·사회 구조를 혁신하고 국민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특히 융·복합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한 AI 역량 강화는 디지털 뉴딜 성공의 열쇠로 평가받는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역할이 주목받는 이유다. 우리나라가 `ICT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ETRI 역할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ETRI는 코드분할방식(CDMA), 지상파 DMB, 4세대 이동통신 LTE, 양안식 지상파 3DTV 등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등 세계 ICT 분야에서 수많은 족적을 남겼다. 본보는 창간 70주년을 맞아 1976년 설립 후 각종 연구 개발을 통해 현재까지 373조가 넘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내는 등 대한민국 국가 핵심 성장 동력으로서 우뚝 선 ETRI 김명준 원장을 만나 `AI 강국` 실현을 위한 전략 등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최근 연이어 AI 실행전략, 중장기 기술발전지도 2035 등을 발표했는데, AI를 강조하는 이유는?

주변 강대국들의 공격적인 기술경쟁 구도에서 우리나라는 ICT 인프라와 활용, 일부 ICT HW 제조 분야가 역량이 우수하다고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AI·플랫폼·빅데이터 등 소프트웨어 분야, 즉 AI 기술·산업 역량은 아직 우수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류 역사상 최대의 혁명 기술이자 국가 혁신 성장을 위한 핵심 동력이 될 AI 시대를 얼마나 빨리 준비하느냐가 우리의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본다. 여기서 인공지능은 좁은 의미의 학문이나 특정 기술을 말하는 게 아니라 경제·사회 패러다임의 새로운 작용이나 원리를 뜻한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도 대통령을 만나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AI라 얘기하며 인공지능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저 역시 지능화를 통해 향후 전 산업에 AI가 비타민처럼 녹아들면 본질적인 산업혁신 성장이 가능해지고 `벼룩의 도약`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제4차 산업혁명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지능화 혁명을 성공적으로 선도하기 위한 `AI 강국 코리아`를 견인할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AI에 많은 강조를 두고 있다.

-ETRI가 AI 발전과 연구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고 앞으로 연구 방향은?

과거 20년 동안 우리나라는 `국가 정보화`를 잘 실현해 ICT강국·전자정부 선도국 등으로 부상했다. 김영삼 정부에서 `국가 정보화 종합계획`을 세우고, 김대중 정부에서 이를 실행해 전국에 초고속 인터넷망이 구축돼 인터넷 기업들이 나타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ETRI 역시 국가적 요구로 산업화시대(정보화시대)에 필요한 서비스 시스템 개발을 위해 많은 연구를 해 왔다. 그 결과 메모리 반도체부터 이동통신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ICT 국가대표 연구원으로서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큰 역할을 수행해 왔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제4차산업혁명시대, 그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을 개척하는 역할을 ETRI가 맡아야 한다. 특히 이제는 대한민국을 `국가 지능화`시켜 세계에서 인공지능을 제일 잘 다루는 나라가 되도록 힘써야 한다. 이에 기여하고자 그 염원을 ETRI 비전에 담아보았다. ETRI의 비전이 바로 `미래사회를 만들어가는 국가 지능화 종합연구기관`이다. ETRI뿐 아니라 우리나라 연구기관·기업들이 글로벌 환경에서 뒤처지지 않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관련 분야 선행연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조직개편으로 지능화융합연구소에 스마트ICT, 도시교통ICT, 복지의료ICT, 에너지환경ICT, 국방안전ICT 연구단을 마련했다. 사회 산업 전반에 해당되는 분야에 인공지능을 접목하고자 하는 의미다. 즉 연구원을 시대와 국민의 요구에 부합하기 위해 AI 중심으로 국가 지능화를 달성하기 위한 종합 연구기관으로 탈바꿈해 볼 계획이다.

-ETRI AI 실행전략을 소개한다면?

`ETRI AI 실행전략`은 지난해 말 정부가 발표한 `인공지능 국가전략`에 적극 부응하고 지원하고자 올초 전사적 차원에서 마련한 것이다.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새로운 인프라로 `인공지능 혁신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한 구체적 실천 전략이다. 지능화 혁명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ETRI의 역할을 담고 있는데 `χ+AI`라고 보면 된다. 첫 번째 전략 목표는 `AI 서비스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는 혁신`이다. 단순히 AI 핵심기술의 혁신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처럼 AI 통합 솔루션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AI 기술이 AI 서비스를 통해 가치 창출을 하기 위해서는 AI 핵심 알고리즘 뿐만 아니라 이를 수행하는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 대용량 데이터를 실시간 전송하는 초고속 네트워크 등 다양한 ICT가 갖춰져야만 한다. 두 번째 전략은 `국민·기업과 함께 성장하는 AI혁신 생태계 기반 마련`이다. 이를 위해 ETRI는 AI 핵심 SW와 데이터를 공개하는 공유 플랫폼을 구축했다. 산·학·연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AI 원팀`을 구성하는 등 국내 AI 생태계 역량을 높이기 위해 노력중이다. 세 번째 전략은 `산업요구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믿을만한 AI의 활용 확산`이다. AI 기술은 제조·도시·의료·국방 등 다양한 분야 당면 현안 해결과 새로운 산업 창출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ETRI 기술로드맵 2035`를 만들어 오는 2035년에 도래할 신개념 서비스 형상을 도출했다. 아울러 AI 생태계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와 각종 SW를 우리 기업과 국민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AI 오픈 플랫폼 제공을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AI 분야 연구 성과는?

더 이상 AI는 SW 과목 하나가 아니라 경제·사회 패러다임의 새로운 `기제(機制)`를 뜻한다. 따라서 인공지능 자체 연구뿐 아니라 인공지능이 적용돼 고부가가치를 낼 언어·음성·시각 지능, 자율주행차, 지능형 로봇, 클라우드, IDX+(Intelligent Digital Transformation) 등에서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AI를 이용해 영상을 압축하고 음향을 인식하는 기술로 국제 경진대회에 나가 세계 1위를 두 번이나 달성했다. 또 ETRI 개발 SW를 탑재한 AI드론이 미국 항공청에서 최고 안전 등급을 획득하기도 했다. 인공지능을 이용해 식별하기 어려운 번호판을 인식해 범죄 수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술도 개발했다. ETRI 대표 기술 중 하나인 엑소브레인에 들어간 언어질의응답 인공지능 기술은 법률 지식과 서술형 문제를 답변할 수 있는 수준을 달성해 한컴오피스와 국회도서관에서 상용화됐다. AI 딥러닝을 더욱 빠르게 처리할 고성능 컴퓨팅 기술 HPC도 있다. 연구진이 개발한 AI와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설립한 연구소 기업도 여럿 있으며, AI를 결합해 3D 프린팅, 감염병 재난 대응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제 표준을 개발하거나 보고서와 책자도 발간 중이다. 이 같은 성과들은 시장에서 많은 활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플랫폼·데이터·모델 형태로 공개하면서 관련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관련 기술을 고도화하는 데 ETRI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평소 정부 출연연구기관이 대전시나 지역사회 등과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ETRI가 대전시민과 함께 호흡하며 성장해 왔다는 점에서 지역 발전에 애정을 갖고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협업 상생을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그러할 계획이다. 첫 번째로 지역의 숙원사업이나 대형국책사업 유치에 발 벗고 공동으로 나설 계획이다. 대덕 문화의 거리(스마트 스트리트), 대전시 스마트시티 조성사업,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협력사업, 신규 국책사업 추진, 군 관련 협력사업, 테스트베드 협력, 협력의향서 교환 등을 위해 시와 함께 힘을 모으고자 한다. 이를 통해 ETRI를 중심으로 생산적 지역혁신 클러스터를 만들고자 한다. 두 번째는 ETRI 인근의 매봉산 민간특례사업 문제다. ETRI는 3천 여 명의 직원이 상주하며 천 여 명이 넘는 박사가 밀집된 두뇌 집단이다. 시의 현명한 의사 결정에 따라 매봉산 사업이 슬기롭게 풀어나가길 희망한다. 매봉산 일대를 가칭, AI 테크노파크(TP)나 스타트업 집중육성단지, AI 아카데미 등으로 디자인한다면 ICT 최고의 싱크탱크인 ETRI의 역량과 저력을 활용하면서 우리나라 최고의 연구특구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세 번째로 대덕커뮤니티 활성화에 일조하고자 한다. 대덕특구 내에는 수많은 지역 전문 커뮤니티가 만들어져 있다. 이곳을 통해 문화가 확산되고 지역교류를 넘어 대덕특구 발전을 위한 협업과 소통 공간으로 거듭나는 데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이 외 시와 과학의 거리(오픈형 공간) 조성, DISTEP(가칭 대전과학기술기획평가원) 등을 조성해 지역혁신을 이끌고자 한다. 지역센터인 광주, 대경(대구), 서울(판교)에 있는 지역거점 연구센터의 규모 또한 점차 늘려 현재의 2배 가량 연구진을 키우고 지역의 특화된 연구와 지역 현안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주겠다.

-20년 넘게 대전일보 구독자로 알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한 말씀?

1994년부터 정기구독을 시작해 올해로 26째 대전일보를 보고 있다. 제 지론이 대전시민이면 대전을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도시도 사랑할 수 있다. 외국에선 지역신문이 많이 활성화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각 지역주민이 지역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방증하는 셈이다. 대전일보는 대전의 소식을 자세하고 중점적으로 다뤄줬으면 한다. 지방지 특색과 강점을 살릴 방법이다. 과학콘텐츠는 대한민국 어느 도시, 어느 곳과 비교해도 충분히 강점 있는 대전의 콘텐츠다. 대전일보가 대덕특구를 사랑하고 집중조명하는 기획을 잘해 과학이 강한 신문이 됐으면 한다. ICT 국가대표로서 ETRI는 글로벌 기술경쟁력을 확보해 국가 혁신성장을 지원할 국가 지능화 연구를 통해 연구역량을 강화하고 글로벌 스탠다드로서 명성을 떨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또, ETRI는 연구단지에 갇혀있는 폐쇄적인 기관이 아닌 언제든 국민들에게 열려 있는 국민연구소가 되겠다. 이를 위해 가까이는 대전시민, 넓게는 전 국민과 인류를 위해 보다 편리하고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ICT 기술을 연구해 나가겠다. 연구원을 늘 격려해주시고 많은 성원과 사랑 부탁드린다.

◇김명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원장은=우리나라 대표 소프트웨어 전문가이자 유학 1세대 유치과학자다. 1955년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 경기고와 서울대 계산통계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석사를, 프랑스 낭시 제1대학교에서 전자계산학으로 이학박사를 각각 받았다. 1986년 ETRI에 입사해 연구실장·부장·그룹장·본부장·소장 등 모든 보직을 경험하며 30년을 근무한 ETRI맨이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국가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소장을 역임한 뒤 지난해 4월 제9대 ETRI 원장에 취임했다. 미국 리눅스재단 선출 이사, 한국소프트웨어감정평가학회 회장, 한국정보과학회 회장(현재 명예회장) 등을 지냈고 현재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과 과학기술출연기관장협의회 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국어 사랑도 남달라 문화관광체육부 국어심의회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KAIST에서 수학한 인연으로 KAIST 총동문회 부회장직도 수행 중이다. 특허등록 66건(국제 35건·국내 31건)에 기술이전 건수도 183건(2억6500만 원·본인 기여분)에 달한다. 논문도 국내외 저널에 모두 21편 실은 바 있다. 1991년 행정전산망용 주전산기 개발 공로로 체신부장관상을, 1998년 관계 DBMS 기술 개발 공로로 한국정보과학회 기술상을, 2004년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 공로로 정보통신부장관상을, 2006년 대한민국 과학기술포장을 각각 받았다. 주요 저서로는 `IT 신화를 이끈 아버지가 보내는 편지(공저·전자신문사)`가 있다. 대담=정재필 취재2부장·정리=장진웅 기자

김 원장은

소프트웨어 전문가·정통 ETRI맨

 우리나라 대표 소프트웨어 전문가이자 유학 1세대 유치과학자다. 1955년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 경기고와 서울대 계산통계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석사를, 프랑스 낭시 제1대학교에서 전자계산학으로 이학박사를 각각 받았다. 1986년 ETRI에 입사해 연구실장·부장·그룹장·본부장·소장 등 모든 보직을 경험하며 30년을 근무한 ETRI맨이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국가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소장을 역임한 뒤 지난해 4월 제9대 ETRI 원장에 취임했다.

 미국 리눅스재단 선출 이사, 한국소프트웨어감정평가학회 회장, 한국정보과학회 회장(현재 명예회장) 등을 지냈고 현재 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과 과학기술출연기관장협의회 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국어 사랑도 남달라 문화관광체육부 국어심의회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KAIST에서 수학한 인연으로 KAIST 총동문회 부회장직도 수행 중이다. 특허등록 66건(국제 35건·국내 31건)에 기술이전 건수도 183건(2억6500만 원·본인 기여분)에 달한다. 논문도 국내외 저널에 모두 21편 실은 바 있다. 1991년 행정전산망용 주전산기 개발 공로로 체신부장관상을, 1998년 관계 DBMS 기술 개발 공로로 한국정보과학회 기술상을, 2004년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 공로로 정보통신부장관상을, 2006년 대한민국 과학기술포장을 각각 받았다. 주요 저서로는 `IT 신화를 이끈 아버지가 보내는 편지(공저·전자신문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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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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