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과학기술 개발 원동력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HANARO).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HANARO).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한국원자력연구원

□우리나라는 원자력 선진국으로 꼽힌다.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기술 보유국이기도 하다. 수조 원대 가치의 원전 기술은 우리나라 효자 수출 상품이다. `원전 르네상스`라 불리던 시기도 있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졌고 선진국들은 원전 퇴출을 외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현 정부 들어 `탈원전` 정책이 추진됐고 원전 생태계가 움츠러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원자력은 여전히 과학기술에 있어 유용한 가치를 지닌다. 특히 연구용 원자로는 핵심 첨단 기술 개발의 원동력으로 활용되고 있다. 핵분열에서 나오는 중성자는 문화재 기원을 밝히는 데에 쓰이고 방사성동위원소는 우주 탐사 등을 위한 원자력전지의 핵심 요소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자력연)은 위기 속에서 원전 기술 개발에 앞장서며, 탈원전 시대를 대비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핵심 첨단기술 제조공장 `하나로`=원자력연은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를 이용해 다양한 연구개발에 활용하고, 국가 발전과 국민 생활 향상을 위한 연구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962년 도입한 연구용 원자로 트리가 마크-II 운영을 시작해 열출력 30MW의 대형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를 자력으로 설계·건설해 1995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여 년 동안 하나로는 안전하고 효율적인 운영·이용을 통해 세계적 수준의 연구용 원자로로 그 위상을 높였다. 하나로 안에선 연쇄 핵반응의 결과로 막대한 양의 자유 중성자가 발생한다. 세계 10위권 내의 성능의 하나로는 엄지손톱보다 작은 1㎠ 면적에 1초 동안 500조 개의 중성자를 만든다. 이 중성자를 빔 형태로 끌어내 물질에 쏘면 원자핵과 반응해 물질의 구조에 대한 여러 정보를 가지고 튀어나오기 때문에 물질 구조를 분석할 수 있다. 하나로에 방사성을 띠지 않는 원소들을 집어넣어 중성자를 흡수하면 방사성을 띠는 동위원소인 방사성동위원소도 탄생한다.

 하나로에서 탄생한 중성자와 방사성동위원소는 이미 반도체 등의 첨단산업, 암 치료제와같은 의료분야를 비롯해 우리 주변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원자력은 이제 `과거를 보는 눈`으로 `미래를 개척하는 원동력`으로 그 활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과거 비밀 밝히는 명탐정 `중성자`=연구용 원자로에서 핵분열로 만들어진 중성자는 세계적으로 1950년대부터 문화재 보존·복원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중성자로 문화재의 산지·편년을 추정할 수 있고, 투과력과 분해능이 뛰어난 중성자의 성질을 이용해 문화재 내부 관찰이나 미세결함의 비파괴 검사가 가능하다. 즉, 중성자를 사용하면 문화재의 기원을 쉽게 파악할 수 있으며, 문화재를 손상하지 않고 내부를 꿰뚫어 볼 수 있어 숨겨진 비밀을 쉽게 알아낼 수 있다.

 문화재 분야에서 중성자를 적용한 대표적인 기술로는 중성자 방사화 분석과 중성자 영상 기술이 있다. 중성자 방사화 분석법은 중성자를 분석 시료에 조사해, 시료를 방사성동위원소로 변화시켜 방출되는 감마(γ)선을 측정함으로써 시료에 포함된 특정 원소의 양을 정량적으로 조사하는 방법이다. 이 기법은 검출 감도가 높아 화학적인 분석법으로는 불가능한 미량 분석이 가능하고, 다양한 종류의 시료를 대상으로 여러 가지 원소를 비파괴적으로 동시에 분석할 수 있어 원자력 분야의 기초 연구뿐 아니라 재료과학, 환경오염·보존, 인체보건·영양, 산업적 품질관리·보증, 범죄과학과 고고학 등의 시험검사, 측정분석 도구로 광범위하게 응용되고 있다.

 중성자 영상 기술은 투과력과 분해능이 매우 뛰어난 중성자의 성질을 이용해, 중성자를 시료에 투과시켜 감쇄하는 중성자의 양을 평가함으로써 시료 내부의 미세결함을 입체적으로 평가하는 기술이다. 문화재 내부 관찰과 미세결함의 비파괴 검사에 활용된다. 원자력연은 TRIGA Mark-Ⅱ 도입 이후 중성자방사화분석을 통한 미량원소 정량 분석법을 고대 토기의 산지 분류에 응용, 고고학 연구에 기여한 바 있으며, 1995년 HANARO 가동 이후 중성자 방사화 분석 기술, 중성자 영상 기술 등의 관련 기술을 문화재 보존, 복원·감정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꾸준히 수행해 왔다. 2018년 5월 공주대, 7월 국민대, 8월 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 10월 프랑스 ARC-Nucleart에 이어서 지난 달 국립중앙박물관과 원자력 기술을 이용한 문화재 보존·분석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관련 연구의 활용을 확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원자력전지의 열쇠 `방사성동위원소`=중성자가 문화재 복원으로 과거의 비밀을 밝히는 역할을 한다면, 방사성동위원소는 미래 첨단 에너지원인 `원자력전지`의 비밀 열쇠다. 원자력전지는 방사성동위원소의 붕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시스템이다. 태양과 바람 등 외부 동력원이 없이도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발전기이며, 극저온·고온 등의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미래 우주탐사의 핵심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일반적인 배터리는 중량 대비 에너지 밀도가 낮고 수명도 짧아 우주탐사 분야에 적용하기 어렵다. 태양전지는 수명은 무한한 반면, 전력 생산량이 적어 대형 탐사선의 주 에너지원으로 적합하지 않다. 우주탐사에 원자력에너지를 동력원으로 사용한 첫 사례는 미국에서 시작됐다. 미국이 1961년 발사한 항법위성 `트랜짓 4A`에는 방사성동위원소 열전발전기(RTG)로 불리는 원자력전지가 탑재됐다. 이후 NASA의 아폴로 프로그램을 필두로 목성 탐사선 `갈릴레오호`, 토성 탐사선 `카시니호`, 명왕성 탐사선 `뉴호라이즌호`에 다수의 RTG를 사용했으며, 러시아연방우주국(RSA)도 우주탐사와 군사적 목적으로 다수의 RTG를 제작해 사용했다. 이후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방식의 원자력전지 기술을 개발해왔다.

 원자력연은 2017년 극지·심해·우주 등 극한 환경에서도 장기간 안정적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베타전지`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베타전지는 방사성동위원소의 에너지를 전력으로 변환시키는 장치로 태양·바람 등 외부 동력원 없이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산하며, 극저온·고온 등의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전력 생산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연구진이 개발한 베타전지는 방사성동위원소인 Ni(니켈)-63 베타선원에서 방출되는 전자를 반도체에 충돌시켜 생성되는 전력을 사용하며, 별도의 충전·교체 없이도 전지의 수명이 50년 이상 유지된다. 또한 단위 질량당 에너지 밀도가 높아 적은 양으로 많은 양의 에너지를 생산해낼 수 있어, 인공심장 등 인체 삽입형 의료기기 분야에 활용할 경우 기존 기기의 수명을 5년에서 20년 이상으로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상용화가 이뤄지면 초소형 전원, 특수목적용 저전력원 등 분야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상원 기자

※본 기사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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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에너지를 동력으로 사용한 목성 탐사선 `갈릴레오호`.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원자력 에너지를 동력으로 사용한 목성 탐사선 `갈릴레오호`.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원자력에너지를 동력으로 사용한 목성 탐사선 `갈릴레오호`.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원자력에너지를 동력으로 사용한 목성 탐사선 `갈릴레오호`.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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