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주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라온 대표)
윤석주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라온 대표)
지루한 장마가 끝이 났다. 올 장마는 53일로 최장기간 기록과 수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남기고 사라졌다. 수마가 할퀴고 간 상처가 아물지도 않았건만 또 태풍이 온다 하니 걱정이 앞선다. 수해복구를 위해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슬러 이 또한 무사히 넘어갔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 가을의 전령사 귀뚜라미 울음소리도 들리는 것이 곧 수확의 계절 가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주변에 재난이 발생했을 때 학교 다목적 강당, 공공기관 실내체육관 등을 임시거처로 사용하는 것을 많이 접했다. 말 대로 임시로 사용하는 곳으로 이재민들은 이 안에 설치된 간이 천막 또는 텐트에서 잠을 청하고 공동화장실을 사용하는 불편함을 겪게 된다. 이재민 대다수는 나이가 지긋하신 노인인지라 멀리 떨어져 지내는 자녀들의 마음도 편치는 않을 것이다. 재난 현장이 정리되어갈 즘이면 주거시설 완파·반파 조사를 통해 거주가 어려울 경우 지자체에서 정하는 장소에 임시로 지어진 주택(이동식 또는 컨테이너 주택)에서 생활을 하게 된다. 건축법상 가설건축물로 분류되며 주거에 필요한 기본적인 설비를 제공한다.

이동식 주택은 1930년쯤 휴가를 위한 임시 주거용 트레일러로 개발돼 이동성이 편리하고 제작·시공 기간 단축으로 근래 들어서는 새로운 주거형식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건축주 공간(방) 구성 의견을 수렴해 기초, 설비 배관 중 건축물 외부로 연결하는 부분과 전기 중 외부에서 인입되는 부분에 해당하는 공정을 현장에서 시공하고 나머지는 공장에서 제작, 차량으로 이동해 현장에 반입한다. 크레인으로 들어서 기초에 올려 정착, 시공하게 된다. 컨테이너 구조로 된 것이 보편적이지만 경량목재 사용으로 일부 구조체를 구분 시공해 이동시키는 경우도 있다. 이동식 주택의 구조적 안전성이 강도적인 부분에 관하여 자연재해에 취약하지 않을까 하는 것은 기초와의 연결 정착이 결정적인 관계가 있지만 지금은 제작업체에서도 기초와 연결부분에 대한 고민으로 지진에 대한 취약을 해결하고 있다.

이동식 주택은 모듈러주택(Modular Home)의 한 종류라 할 수 있다. 개별 단위(Module)를 수직, 수평으로 연결해 설치하는 공법이다. 국내에서는 2009년 주택법 개정으로 건축시장에 등장했다. 각각의 성능기준과 생산기준에 따라 현장·공장 조립으로 연계되는 공업화 생산 주택이라 할 수 있다. 여러 개의 유닛(Unit)을 조립하는 공정으로 해체 후 다시 조립이 가능하므로 콘크리트조, 목구조, 철골조 등에 비해 폐기물 발생이 적어 상대적으로 친환경적이라는 평가가 있다. 내진, 내풍 등 충격에 강한 것도 모듈러 주택의 특징이다. 각각의 모듈이 외부 충격을 흡수·분산하기 때문이다. 각 방을 모듈로 제작하기 때문에 단열과 층간소음도 기존 건축 구조방식에 비해 우수하다고 한다. 콘크리트 모듈 공법도 개발되어 단독주택의 수요가 많은 주택 시장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모듈주택은 공기단축과 공사비 절감이라는 날개를 달고 국내 건축시장에 자리를 잡고 있다. 서울 청담동에는 국내 처음으로 지상 4층 규모의 모듈주택이 완공됐다. 착공부터 완공까지 기간은 2개월 이내로 협소한 공사현장, 인구 감소에 따른 농어촌 지역 건축공사에 적합한 공법이라 할 수 있다. 코로나로 밀집·밀접·밀실 등 3밀을 피하기 위해 도심 외곽으로 이동이 잦은 요즘 단독주택 수요가 늘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도심 공동주택이 쇠퇴하는 것이 아니다. 도심 외곽 공유형 주택이 활성화 될 것이라는 말이다. 모듈러 주택이 더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건축법령상 명확한 용어 정의가 필요할 것이다. 다양한 유닛 개발과 기술력 향상, 공장 제작에 따른 구조적 안전성을 확보한다면 법규상 시공자의 제한에서 자유로워야 할 것이다. 이는 비용절감, 공기 단축을 통해 주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바람일 것이다.

윤석주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라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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