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귀섭 법무법인 충청우산 대표변호사
신귀섭 법무법인 충청우산 대표변호사
기록적인 긴 장마, 수재로 인한 막대한 인명 및 재산피해 발생, 장마 끝에 이어진 폭염, 그리고 최근의 코로나 재확산으로 많은 분들이 경제적으로 또 정신적 육체적으로 어렵고 힘들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올 여름도 그 끝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여름은 장마 태풍 폭염으로 인하여 항상 견디기 힘든 계절이기는 하지만 곧이어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쾌적한 가을 날씨가 시작되고 풍성한 수확의 기쁨이 기다리고 있다는 희망으로 견디어 오곤하였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 예상과 재확산 우려가 그러한 희망을 보잘 것 없이 여겨질 정도로 강한 힘으로 우리를 짓누르고 있어 우울하다.

오늘은 이러한 날씨와 전염병 이슈에 일시적으로 가려져 있는 우리 사회의 심각한 생명의 위기상황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얼마전 박원순 서울시장이 비서로부터 성추행 관련 고소를 당한 다음 날 자살한 사건이 발생하여 우리 모두를 놀라게 하였다. 이 자살 사건에 대하여 정치권이나 언론에서는 `자살로 범죄를 덮어서는 안되며 철저히 성추행 진상이 규명되어야 한다`주장과 `이미 처벌대상이 없어진 마당에 더 이상 수사를 해서는 안된다`주장이 대립하는 등 각자의 입장에 따라 여러 의견들이 난무하고 상대방을 비난하는 등 심한 갈등이 표출되었지만, 자살 그 자체에 내재된 생명 경시의 문제점을 거론한 의견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가톨릭교회 교리서`에는 천주교에서 자살을 큰 죄로 여기는 세 가지 큰 근거를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첫째 :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생명의 관리자이지 소유주가 아니다. 우리는 우리의 생명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다.

둘째 : 자살은 자기 생명을 보존하고 영속시키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적 경향에 상반되는 것이며 올바른 자기 사랑에도 어긋나며, 이웃 사랑도 어기는 것이다.

셋째 : 자살이 모방 행위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교회는 자살한 사람을 위해 장례식을 행하지 않는다"면서 이는 "사람이 목표를 향해 계속 걷지 않고, 혹은 자기 삶의 고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스스로 삶을 포기했기 때문"이라며 자살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이러한 종교적 입장을 떠나서라도, 법률적으로도 우리나라의 현행 형법은 비록 자살미수를 처벌하는 규정은 없지만, 타인을 자살하게 하거나 타인의 자살을 도우면 자살교사죄, 자살방조죄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더 나아가 자살율이 심각한 현실에서 자살 시도 자체를 범죄로 규정하자는 학자들의 의견도 만만치 않다.

적어도 자살이 바람직하지 않은 행위라는 점에 대하여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 자살율은 2018년 기준으로 인구 10만 명당 26.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평균의 두배 이상 높은 것으로 기록되고 있고, 하루 평균 약 37명, 연간 약 13,000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자살시도자 절반 이상은 음주상태에서, 또 10명중 8명 이상은 충동적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도도 있다.

자살을 생각하는 분들에게 닥친 고난이나 고뇌가 어떠한 것인지? 또 그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성찰 없이 그분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 할 것이나, 그럼에도 감히 모든 삶에 존재하는 고난은 극복의 대상이어야지 회피의 대상이 되어서는 아니된다고 생각한다.

대학생일 때 명동성당 부속건물 벽에 설치되어 있는 현수막에 씌어있던 "한 사람은 온 세상보다 중하다"는 글귀를 보고 감동을 받아 평생 이 명제를 좌우명 살아 볼려고 노력하였다. 비록 현실에서 그와 같은 이상이 잘 실현되지는 않는 거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으나, 우리 모두 "한 사람은 온 세상보다 중하다"는 마음으로 자신의 생명을 비롯한 모든 생명을 소중히 생각하는 생명존중의 자세를 가지고 산다면 충동적인 자살은 상당수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신귀섭 법무법인 충청우산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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