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와 환호할 때는 비상등을 깜빡이고, 손을 흔들 때는 와이퍼를 켜주세요.` 학사모를 쓴 졸업생이 자동차에 탄 채 창문이나 썬루프에 손을 내밀어 총장과 학과장으로부터 졸업장을 받는다. 지난 21일 서울의 한 대학 운동장에서 있었던 일명 코스모스 졸업식 장면이다. 졸업식에 참석한 차량마다 졸업을 축하하는 풍선이 달렸고, 자동차 극장을 연상케 하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 됐다. 총장의 축사를 듣고, 학교에서 준비한 졸업 축하 무대도 관람하는 등 졸업생들은 모교에서 마지막을 그렇게 보냈다. 그리고 4년간의 배움이 담긴 졸업장이 졸업생들에게 전해졌다. 코로나19로 취소된 오프라인 졸업식을 대신한 드라이브 스루(Drive-Thru·졸업 탑승) 방식의 졸업식이다. 국내 대학 졸업식 중 드라이브 스루 첫 도입 사례다. 이 대학의 졸업식은 한 이동통신사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방송으로 중계했고, 졸업식 현장에 직접 참석하지 못한 졸업생이나 학부모, 재학생 등은 이를 통해 졸업을 함께 했다. 이 학교는 코로나19 팬데믹에서 학업을 마무리는 졸업생들의 아쉬운 마음을, 이동통신사는 사회를 향해 나아가는 졸업생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하기 위해 드라이브 스루를 공통 매개로 담아냈다. 코로나19 장기화와 확산에 따라 대부분의 대학이 온라인 졸업식을 채택한 것에 비하면 이 대학의 졸업식 풍경이 이색적이다. 졸업생들은 드라이브 스루 졸업식이 탐탁치는 않지만 코로나19 시대라는 경험해 보지 못한 현실이라 이마저도 황송하다. 어쩌면 예전의 왁자지껄한 졸업식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불쑥 드는 건 기우일까. 씁쓸하다. 드라이브 스루로 등교를 하고, 드라이브 스루로 새 학기 책을 받고, 드라이브 스루로 졸업까지. 코로나19 시대 비대면을 위한 드라이브 스루가 낯설지 않다. 몇 해 전 한 패스트푸드 회사가 햄버거를 드라이브 스루로 판다는 광고를 봤을 때 느낌과 코로나19로 우리 일상에 들어온 드라이브 스루의 느낌이 다른 건 나만이 아닐 것 같다. 박계교 지방부 서산주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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