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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광장] '민식이법', 균형 잡힌 법으로 거듭나야

2020-08-21기사 편집 2020-08-21 07:05:07      김정규 기자 wjdrb220@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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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존 사망사고 감소효과는 환영할 만
선량한 피해자 발생 않도록 해결책 필요
"법은 상식이자 억울함을 풀어주는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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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식이법' 제정을 촉발한 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이 다 됐다. 코로나19라는 거대한 재앙 뒤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을 뿐 이와 관련한 산발적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 법은 지난해 9월 충남 아산의 한 중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일어난 김민식 군(당시 9세)의 사망사고가 계기가 됐다. 당시 이 지역 국회의원인 강훈식 의원(아산 을·더불어민주당)과 이명수 의원(아산 갑·민주통합당)이 김 군 부모 등의 의견을 반영해 도로교통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피해 어린이의 이름을 따 '민식이법'이라 불린 이 법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과속 단속 카메라 설치 의무화, 사고 가해자 처벌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행정안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가 이들 법안들을 각각 심사해 만든 대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어린이보호구역 내 어린이 치사 사고 가해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을, 치상 사고 가해자는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 원 이상 3000만 원 이하 벌금 처벌을 받는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올해 상반기 교통사고로 인한 어린이 사망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감소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 법 덕분에 얻은 환영할 만한 소식인 것 같다.

그런데 이 법의 순기능에 반해 입법 초기부터 최근까지 나온 지적들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민식이법이 형벌 비례성의 원칙에 어긋나고,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어린이 교통사고가 발생할 경우 모든 책임을 운전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는 내용의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35만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에 청와대는 '현행법에 어린이 안전의무 위반을 규정하고 있고, 기존 판례에서도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예견할 수 없었거나 사고 발생을 피할 수 없었던 상황인 경우에는 과실이 없다고 인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민식이법 개정'과 '실질적 제안' 등 법 개정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의견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스쿨존 내의 안전운전 준수 의무를 위반했을 때 기존의 특례법 처벌 조항에 덧붙여 가중처벌 하는 법'이란 모호함 때문이다. '안전운전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규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청원에서 언급한 처벌 수위가 다른 법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것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6월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교통사고 발생 시 운전자 처벌을 강화한 일명 민식이법(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 등) 적용 과정에서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며 처벌 수준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입법조사처는 이날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과실(위법)의 경중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져야 하는데 교통사고는 무단횡단 등 보행자 과실이 뚜렷하거나 일시적 주의 태만 등 운전자의 가벼운 과실만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식이법 놀이'라는 말도 안 되는 행태가 이어지는 것도 큰 사회적 문제로 지적된다. 유튜브에서 이 단어를 검색하면 결코 적지 않은 문제의 동영상을 볼 수 있다. 골목에 숨어있던 어린아이가 차량을 향해 갑자기 돌진하거나, 사각지대에 숨어있다 자전거로 차를 들이받는 모습도 있다. 이런 영상 증거자료가 없었다면 선량한 운전자들은 영락없이 범죄자가 될 뻔 한 상황들이었다. 또한 아이들이 자해공갈 범죄를 저지르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 이 영상들은 또 다른 모방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내비게이션에 스쿨존을 피해가는 프로그램을 탑재하고, 민식이법을 겨냥한 운전자 보험상품이 나왔단 사실이 쓴웃음을 만들기도 한다.

대부분의 법들이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만으로는 문제 해결을 할 수 없다. 꼼꼼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눈금이 지워진 잣대로 마음대로 측량하고, 재단한다는 불신을 주면 안 된다. 법은 상식이고, 억울함을 풀어주는 도구다. 법이 억울함을 만들어내는 일은 없어야 한다. 김정규 천안아산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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