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상공회의소 회장 정성욱
대전상공회의소 회장 정성욱
몇 년 전 세종에 아파트를 지어 분양을 한 적이 있다. 최근에 업무 차 오랜만에 세종을 찾았더니 그 사이 많이 변모해 있었다. 최근 행정수도 완전 이전 논의가 나올 정도로 세종이 짧은 시간에 성장했음을 체감했다. 천도(遷都). 즉 한 나라의 수도를 옮긴 사례는 의외로 우리 역사에서도 외국의 예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고구려부터 조선에 이르기까지 수도를 옮긴 나라는 역사상 모두 더욱 번영을 누렸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는 권력과 재화가 수도로 집중되면서 지방과의 양극화가 심해졌고 결국 국론분열로 쇠락의 길을 걷기도 했다.

외국의 예는 더 다양하다. 미국, 독일, 호주, 말레이시아, 브라질, 파키스탄, 터키 등이 수도를 옮긴 국가들이다.

이웃나라인 일본 역시 수도이전을 오랜 시간 준비했지만 경제여건이 나빠져 무산된 케이스다. 이들 나라들이 수도이전을 추진한 이유는 단연 국토균형발전이었다. 기존 수도의 과밀화를 해소하고 국민화합을 꾀하고자 하는 공통의 바람이 근간이었던 것이다. 우리 역시 다르지 않다. 수도는 국가의 얼굴이요, 정체성이며, 자긍심의 원천이다. 더불어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경제, 정치, 국방의 요충지이다.

이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는 무형의 자산들이다. 세종시가 이를 모두 충족하려면 장구한 시간 외에도 어마어마한 자원이 필요하다. 벌써부터 세종시는 주변의 도시들로부터 인구와 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이런 방식으로는 머지않아 세종시가 서울시처럼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지난 7월 23일 대전형 뉴딜 정책을 발표하면서 대전과 세종이 하나의 경제 공동체가 돼 중부권 거점도시로 성장하고, 나아가 행정통합까지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행정수도 이전 논의에 편승하는 뜬금없는 제안이라고 폄하하지만, 도시 간 통합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는 허 시장은 행정수도의 완성과 대한민국 균형발전을 위해 오랜 숙고 끝에 대전·세종 통합을 제기했다고 생각한다. 실제, 지금의 세종은 아직 시민 편의시설 같은 인프라가 많이 취약한 반면, 대전의 인구와 기업의 다수가 세종시로 유출되고 있다. 대전과 세종의 통합을 이야기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세종이 행정도시로서의 기능을 하고, 대전과 인프라를 공유하고 상생하는 방식으로 두 도시가 통합해 인구 200만 명 정도의 자족도시로 성장한다면, 대한민국 행정수도로서 자리매김 하는 데 손색이 없을 것이다. 대전에서 세종까지는 자동차로 20여 분이면 당도한다. 게다가 향후 2029년이면 대전 도시철도 1호선이 세종의 정부청사까지 이어진다. 이러한 지정학적 조건 때문에 옛 충남 연기군(현 세종시)민은 가장 가까운 대전과 모든 생활을 공유했다.

연기군의 농민들은 힘들게 경작한 자신들의 농작물을 대전 시민에게 팔아 자녀를 가르쳤고 그들은 거의 대전에 터를 잡았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보다 유명한 뉴욕처럼, 호주의 수도 캔버라보다 유명한 시드니처럼 기존의 수도인 서울이 지금처럼 경제, 문화, 국제도시로서의 위상을 잃지 않는다면, 또한 세종이 대전과 통합해 행정도시로서의 기능에 충실하고 나머지 지자체들도 각각 자신들의 도시정체성에 충실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해나간다면 집값도 차츰 안정화될 것이다.

세종을 대전과 통합하는 길만이 두 도시로서도 윈윈하는 일이며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한 가장 적절한 대안이라는 것을 모든 국민이 납득하게 될 그 날이 곧 오리라 기대해본다.

대전상공회의소 회장 정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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