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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밭춘추] 묵언 공명

2020-08-21기사 편집 2020-08-21 07: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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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김명순 대전문인총연합회 회장
세상의 모든 소식을 제자리에 앉아서 보고 들을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어서 참 좋은 세상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나에게 필요 없는 정보가 와 닿아 불편할 때가 많다. 세상을 다 보려다가 보지 않아도 되는 꼴을 보는 경우가 있고 만사를 다 알고 싶어도 알아서 병이 되는 경우가 있다. 정보는 필요할 때 찾아서 보는 것이 좋으며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필요에 따라 비판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사람은 정보를 받으면 수용 반응을 일으킨다. 남의 글에 댓글을 달아 반응하거나 자신의 타임라인에 장황한 글을 쓴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은 방송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노출한다. 거울은 자신의 모습을 비춰주어 매무시를 하게 한다. 글이나 영상으로 노출된 표현물의 티는 자신의 눈으로 잘 보이지 않는다. 남의 눈에는 적나라하게 보인다. 형상이 아닌 글은 작자의 심적 영적 상태까지를 드러낸다.

거울처럼 보이는 모든 것을 그려내고 들리는 모든 소리에 반응하며 살 필요는 없다. 보이는 대로 다 말할 수 없고 들리는 대로 다 반응할 수 없다. 보여도 못 본 척 들려도 못 들은 척하는 심경(心鏡)을 가지고 살다 보면 필요한 것만 보이고 들린다.

대화를 할 때 말하기보다 듣기를 많이 하는 것이 좋다. 충분히 듣고 간결하게 응대하는 것이 언어 경제학이다. 대화를 하다 보면 자기 주도적으로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주로 듣기만 하다가 가끔 한마디씩 반응하는 사람이 있다. 말을 많이 하고 나면 뒷맛이 허전하고 씁쓸하다. 그것은 들을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언어는 소리로 전달되나 의미를 온전히 담을 수는 없다. 소리 밖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자연의 소리, 물결 소리, 천둥소리, 시장바닥의 소리, 자동차 소리 등 세상 소리들 속에 의미가 들어있다. 우주 안의 모든 존재는 나에게 소리를 보낸다. 묵언(默言)을 하면 밖의 소리가 내 안에서 공명(共鳴)해 들린다. 김명순 대전문인총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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