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미드 부치키 솔브릿지 국제경영대학 학장
하미드 부치키 솔브릿지 국제경영대학 학장
먼저 이번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개인적인 일화 하나를 소개하고 싶다. 몇 주 전, 한 단체의 관계자를 만나 우리 학교와 협력,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이 있었다.

회의에서 우리는 비슷한 사고방식을 공유하고 많은 문제에 대해 공통된 의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회의를 이어 나갔다.

회의가 끝나갈 무렵, 관계자 중 한 명이 느닷없이 내게 몇 살 이냐고 물었다. 나는 그 질문에 너무 깜짝 놀랐다. 나는 그에게 왜 나이를 물어 보느냐고 다시 물었다.

그는 미래에도 우리가 적절한 방법으로 더 나은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나의 나이를 알 필요가 있다고 대답했다. 하는 수 없이 나는 나이를 알려주었고, 그는 나와 동갑이라며 몹시 반가워했다.

그리고 그는 우리가 형제가 될 수 있다며 악수를 청했다. 또 우리는 다음 번엔 형제로서 더 친근한 분위기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이 일화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 나이가 차지하는 중요성에 대해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한국에 오기 전, 나는 프랑스에서 30년을 넘게 살았고, 프랑스에서는 해고나 조기 퇴직 시 퇴직금 규모를 결정할 때 외에는 나이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프랑스에서는 나이에 상관 없이 능력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10살에서 20살 어린 상사와 일을 하기도 하고, 나이가 아닌 재능에 따라 그들의 연봉이 결정된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선 나이가 몹시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관리직 임명 또는 책임자를 선임하는 등 사람에 대한 인사를 결정할 때 나이를 고려하는 것이 관례라는 것이다.

또한 한국인이 나이 차이에 대해 매우 민감하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이런 것 들이 한국의 생활 속에 내재돼 있다고 생각된다. 나이 차이를 무시하면 긴장감과 원한을 불러올 수도 있다.

외국인인 내가 한국 사회 속에서 연령의 중요성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결정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사회과학자로서 사회적 규범이 사회의 질서 속에서 작용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것엔 타당한 이유가 존재한다. 그리고 사회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할 때 사회적 규범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위험을 감수하고 나이 많은 사람들을 민간과 공공 부문에서 책임 있는 위치에 앉히고 그들에게 더 나은 급여와 혜택을 주는 것은 지식이 축적된 사회에서 합리적이라 생각한다.

사회의 연장자들은 더 많은 것을 알고, 경험하고, 지혜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전통적인 한국의 서열주의적 제도에서 연공서열에 기초한 군대식 유공자 계급제도는 그 나라의 급속한 산업화에 크게 기여했다.

한편 연공서열에 기반한 시스템은 지식이 파괴될 때 어려움을 겪는다. 이 말은 젊은 사람이 나이 든 사람보다 더 많은 것을 아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어 크고 영향력 있는 미국 기업들은 대기업 총수들보다 훨씬 모르는 것이 많은 어린 사람들에 의해 도전을 받고 때로는 합병의 아픔을 겪기도 한다.

최근 한국은 삼성, 현대, LG와 같은 기업들의 뒤를 이을 세계적 수준의 새로운 기업군들의 등장이 필요한 것이 명백한 사실이다. 디지털 시대에는 우수한 제품만을 만들어 국가의 미래 경쟁력이 유지되지는 않을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리더십을 열망하기 위해서, 대한민국은 연공서열에 기반한 군대식 위계관리시스템과 젊은이들의 창의력, 기업가정신, 혁신을 가능케 하는, 보다 자율성과 인정을 주는 새로운 시스템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

우리는 새로운 미래를 꿈꾸고 있다. 창조적인 혁신으로 모두가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사회이다. 그 혁신은 지금까지의 지식을 소중하게 여기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너그러움에서 나올 것이다.

어찌 됐든 나는 곧 나의 한국 형제를 만날 것이고 그 때 편안한 마음으로 소주 한잔을 함께하고 싶다

하미드 부치키 솔브릿지 국제경영대학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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