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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갉아먹는 열정페이

2020-08-19기사 편집 2020-08-19 16:56:42      장진웅 기자 woong8531@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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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서 하는 일에도 돈은 필요합니다] 이랑 지음/창비/332쪽/1만 5000원

첨부사진1좋아서 하는 일에도 돈은 필요합니다. 이랑 지음

스스로를 '예술직종 자영업자'라 부르는 저자는 "와서 좀 놀다가 가"라는 식으로 공연 섭외를 하는 사람들,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에게 자신도 돈을 벌어 먹고사는 직업인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페이'에 대한 언급 없이 일을 맡기는 상대에게 구체적인 금액을 묻는다. 또 동료들과 시장의 가격에 대해 대화하려고 한다. 그런 저자를 두고 "넌 왜 돈 얘기만 하냐", "아티스트답지 못하다", "좋아서 하는 일에 왜 자꾸 돈 이야기를 하느냐"고 타박한다. 그러나 저자는 "잡지에 잘 나온 사진들만 남기고 굶어 죽을 수는 없는 일"이라고 분노한다.

저자는 창작자로서의 자의식과 창작물의 값어치에 대한 고민 그리고 작업실의 소소한 일상을 글과 만화에 담았다. 우리는 매일 같이 노래를, 글을, 영상을 향유하면서도 그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모든 창작물이 사라져 버린 세상을 상상하면, 이 무형의 존재들의 가치를 다시 책정해 보게 될까?

예술을 노동으로 바라보고, 그 창작물의 정당한 대가를 고민하는 저자의 이야기는 저자와 같은 예술직종 자영업자뿐 아니라 비예술직종 자영업자와 청년 세대 등 불안정한 지위와 인색한 대우를 견디고 있을 모두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한다.

앨범을 내고 가수로도 활동하는 저자는 2집 타이틀곡 '신의 놀이'로 2017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포크 노래상을 받았다. 당시 시상식에서 저자는 창작과 생계 문제를 토로하며 트로피를 경매에 부쳐 화제를 모았다. 저자는 자신의 월세에 맞춰 경매가를 50만 원부터 시작했다. 그러자 제작사 대표가 손을 들어 경매에 참여했다. 그 뒤로 다른 참여자가 나오지 않았다. 저자는 시상식장 객석에 앉은 사람들의 얼굴을 둘러보고 이유를 알아챘다. "다 나와 비슷한 처지였지"라는 점을.

저자는 공연이 끝나면 항상 판매 부스로 뛰어가 앨범을 판매하며 사인을 한다. 해외 출장의 경우 경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공연 페이만으론 부족해서다. 저자는 꾸준히 예술가라는 직업과 노동의 대가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책에서도 예술가에 대한 대우가 척박한 한국에서 여성 예술가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일상을 소개한다.

올 초부터 전 세계를 덮은 코로나19에 저자의 일상도 큰 타격을 받았다. 공연 등 행사로 수입을 얻어왔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저자는 정확한 수량을 셀 수 없고 정확한 가격이 붙지 않은 무형의 창작물을 만드는 자신의 일을 또다시 고민한다. 돈과 가치에 골몰하던 저자는 돈의 생태계를 알고자 보험회사에 취직했고 보험설계사 자격증도 땄다. 자격증이 나오고 저자는 SNS 프로필에 '금융 예술인'이라는 설명을 추가했다.장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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