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욱 남서울대 교수·㈔충남도시건축연구원 원장
한동욱 남서울대 교수·㈔충남도시건축연구원 원장
바로 며칠 전만 해도 역대 최장 기간 장마로 막대한 인적·물적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의 큰 파도가 또 다시 밀려 오고 있다. 그 근저에는 자연환경과 대결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인류 발전의 패러다임과 자연의 역습이라는 맥락이 있다는 사실을 바로 보아야 할 때다. 인간의 본성이야 쉽사리 바뀔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팬데믹과 자연재해가 일상화된 요즈음 앞으로의 환경은 새로운 기준에서 접근돼야 할 것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뉴노멀(New Normal)에 대한 생각을 할 때가 됐다. 뉴노멀은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기준이나 표준`으로 정의되는데 경제·경영계에서 자주 인용하는 말이다. 세계금융위기 이후 경제 저성장 시대의 새로운 경제적 기준의 의미로 인용돼 2010년 널리 알려졌다고 한다. 그러나 뉴노멀은 현재 뉴밀레니엄 이후 사회의 새로운 주도적 패러다임을 찾고자 하는 열망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인용되기 시작했으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회적 행태의 변화를 설명하는 개념으로 확장됐다.

비포 코로나(BC·Before Corona), 애프터 코로나(AC·After Corona),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라는 말도 있듯이 코로나19 팬데믹은 여러 면에서 생활의 변화를 불러 오고 있다. 물론 중세시대 페스트 같은 사회적 변동을 불러올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이전과는 다른 사회적 패러다임이 요구되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패러다임의 변화 양상을 국가의 역할 변화, 지구촌 생태계의 변화, 세계 주도권의 변화, 문화의 변화 등으로 분류한 사설을 읽은 적 있는데 이러한 변화는 `건축은 시대의 거울`이라는 말과 같이 필연적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건축·도시공간 역시 변화시킬 것이 자명하다.

효율성을 앞세운 도시공간 집중화, 공간수요 충족을 위한 도시공간 확장이 필연적으로 이즈음의 사태를 불러오게 됐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뉴노멀 시대 건축은 도시공간 집중 완화, 소규모 단위 도시공간 공동체 활성화, 생태계와 공존하는 도시공간 같은 새로운 도시공간 조성·활용의 패러다임 구축을 전제로 접근돼야 할 것이다. `환경을 생각하는 삶`의 복원을 가져옴으로써 탈도시화와 에콜로지 라이프(ecology life)를 촉진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현재 같은 도시공간 조성·활용의 패러다임이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다. 최근 부동산 문제와 겹쳐지면서 많은 부조리를 담은 채 발전해왔던 기존 도시공간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과 새로운 개념의 도시공간 조성을 위한 최적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숨길 수 없다.

뉴노멀 시대 건축은 단위건축에 있어서도 표피적 경제성과 효율성에 경도된 디자인에 대한 반성과 극복 노력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베란다, 테라스 등 가치에 대한 재인식, 고층화 일변도에 대한 반성, 지역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일률적 건축기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새로운 공간수요에 부응하는 새로운 건축물 발현과 이에 따른 체계적인 건축기준 설정도 준비가 필요하다. 언택트 시대에서도 직접적인 대면 컨택트에 대한 욕구가 소거될 수는 없으며 네트워크 사회는 변이를 거듭하며 확장될 것이 확실하므로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뉴노멀 시대의 건축에서 건축물 설비시스템 및 시설기준은 한층 복합적으로 접근돼야 할 것이다. 아직도 건축문화가 척박하다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이후 뉴노멀 시대를 관통하게 된 건축계는 지속가능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이제는 `일상적 건축`, `작은 건축`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이러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유용성을 줄 것이다. 또한 건축의 고유성을 지키는 것만큼이나 다양한 분야와의 네트워킹이 필요하며 실무적 지식 강화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한동욱 남서울대 교수·㈔충남도시건축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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