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근무한지 올해가 벌써 30년이 다되어간다.

새내기로 입사해서 처음 발령받은 곳은 분만실이었다. 30년 전의 분만실은 한 달 분만건수가 300~350건 정도로 많은 산모와 새 생명을 만나는 경이로운 장소였다.

하지만 매년 분만건수가 많이 줄어드는 반면 여러 가지 평가와 기준, 경력이 많이 요구되는 곳에서 평간호사로서, 파트장으로서 업무를 하면서 느끼는 답답함과 무기력이 찾아왔다.

새로운 곳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을 때 지금의 재활병동으로 발령을 받아 5년째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재활은 단순히 `물리치료만 받으면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었는데 침상에서 휠체어를 이용해 재활하는 환자뿐 아니라 누워서 꼼짝 못하는 상태에서 오로지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와상환자도 많다는 것을 알았다. 전에는 새로운 생명을 만나는 가족의 탄생이었다면 재활은 가족의 완성으로 여겨진다. 재활환자의 대부분이 암, 뇌질환, 교통사고와 만성질환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장기간에 걸쳐 치료가 필요한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이고 경제적 지원뿐 아니라 가족들의 지원과 격려, 관심 등이 끊임없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최근 고령화 사회와 더불어 재활환자의 평균 연령이 70대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평균 여명이 점점 더 길어지는 추세이기 때문에 재활환자의 비중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재활병동의 역할도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생각되고 그만큼 요구도도 증가하리라 생각된다.

재활기간은 단기간에 끝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몇 달 내지 몇 년 동안 길고 지루한 시간이 필요하고 끊임없는 지지와 격려, 노력이 때로는 경이로운 기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지금 이 순간 많은 환자분들과 보호자 또는 간병하시는 분들, 의료진, 치료사들과 그 외 많은 분들이 일상으로의 빠른 복귀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는 모습에 경의를 표한다. 또한 길고 지루한 시간 속에서 점점 더 나아지고 있는 모습을 보며 힘을 얻고 또 격려해주고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잠시나마 머무는 시간 속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겐 소중한 행복이자 의무이자 사명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또한 길고 지루한 시간이 될 수도 있겠지만 사랑하는 가족의 재활, 일상으로의 복귀를 위해 애쓰고 있는 모든 분들이 꿈과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기를 바란다.

윤종숙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91병동 파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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