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준 기자
김성준 기자
"이번 수해는 천재지변이 아니라 수자원공사의 안일한 관리로 인한 인재입니다."

금산군 제원면에서 30년 넘게 인삼농사를 지어온 이영숙(60) 씨는 지난 8일 용담댐 방류로 불어난 물에 6611㎡ 규모의 인삼밭이 잠기는 피해를 입었다. 지난 5년간 재배해 오는 10월 4일 수확을 앞두고 일어난 대참사였다. 제원면에서 태어나 60년을 살아온 이 씨와 그의 80세 노부는 생전 처음 겪어보는 물난리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마을을 가득 채웠던 물이 빠진 뒤 물에 젖은 인삼을 뽑아내 말리는 등 부랴부랴 복구 작업에 나섰지만 이미 대부분의 인삼은 뿌리째 뽑혀 썩어갔다. 이 씨는 "1억 4000만 원치 인삼 중 30%도 채 건지지 못 할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 노부부는 침수됐던 주택에서 흙탕물에 덮인 가재도구를 꺼내 청소했지만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는 수북이 쌓인 식기와 늘어선 가구들 앞에 망연자실했다.

이처럼 지역주민들은 수마가 할퀴고 간 상처에 신음하고 있지만 지자체와 관련 정부기관들은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여념이 없다.

금산군은 이번 수해 원인을 두고 한국수자원공사가 제때 용담댐 방류량을 조절했다면 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수자원공사는 금산군이 사고 발생 전 두 차례나 방류량을 줄여달라고 요청해 제때 수위조절을 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책임공방은 한국수자원공사와 기상청 간에도 벌어졌다.

수자원공사가 댐 수위조절 실패 원인을 두고 강수량 예보의 불확실성을 언급하자 기상청은 "해당 기간 실제 내린 강수량 수준의 비를 예보했다"며 반박했다.

관계기관들의 공허한 남 탓하기가 계속되는 동안에도 주민들은 수해가 남긴 상흔에 고통받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금산군은 예산군과 함께 지난 13일 정부가 발표한 2차 특별재난지역 선포에서 또다시 제외됐다.

현재 중앙 합동피해조사단은 최근 집중 호우로 피해를 입은 금산 등 4개 시·군을 대상으로 피해규모를 조사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피해규모를 철저히 조사해 피해주민들이 신속하고 적확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또한 미래에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자를 찾아 엄중히 문책해야 할 것이다.김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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