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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광장] 도덕교육에 정의사회의 희망을

2020-08-18기사 편집 2020-08-18 07: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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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사진1손동현 우송대 엔디컷칼리지 석좌교수
필자는 지난 달 이 컬럼에서 "불의를 보고 정의라고 우길 정도로 정의감에 파탄이 난 인간군이 있다면 그런 변종은 필경 자손번식에 성공하지 못하고 멸종하고 말 것"이라는 '진화윤리학'의 기본명제를 소개했는데, 아무도 이런 원론에는 관심도 없는 모양이다. 세상은 이제 그런 진화의 원리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만큼 격변하여 도덕적 정의감 따윈 아예 없는 정의롭지 못한 족속들이 더 잘 살고 자손번식도 더 왕성하게 하게 된 걸까. 그럴 리가 없다. 적어도 40만년에 걸쳐 진화해 온 우리 인간종의 생명적 원리가 정치사회적 세태의 변화에 밀려 붕괴될 것 같지는 않다.

정의에 대한 객관적 기준이란 본래 없는 것이고 사람에 따라 집단에 따라 불의가 정의로 변신할 수도 있는 거라고 몸으로 보여주는 자칭 지도자들이 발에 차이는 세상에서, 보이지도 않는 양심에 호소하거나 역시 변화무쌍한 소위 다수의 의견에 기대지 않고, 정의에도 객관적 기준이 있음을 '실증과학적으로 입증'해 보이고자 끌어들인 것이 생물학적 진화론이었다. 다시 강조하지만, 정의감이 없는 족속은 튼튼한 공동체를 지어내지 못하고 그래서 자손도 풍성하게 두지 못한다. 한마디로 쉽게 말해 구성원들이 정의감이 없으면 그 공동체는 망하고 그런 종족은 멸종한다. 그게 진화의 원리라는 말이다.

하고 싶은 말은 명확하다. 정의감 있는 도덕적 주체들로 구성된 공동체만이 존속 번영하고, 그런 공동체 안에서만 각 개인도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진부하게 들리겠지만, 시민 각자가 도덕적 품성을 지녀야 하고 그러기 위해 사회생활의 여러 층위에서, 여러 영역에서, 보이게 보이지 않게, 직접적으로 간접적으로, 도덕교육, 품성교육, 인성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려면, 정치는 지지자를 많이 모아 정치권력을 유지하려는 노력보다도 도덕교육이 내실 있게 이루어지도록 항상 노력해야 한다. 도덕성을 상실한 정치가 공동체를 어떻게 마치는지는 역사가 수없이 보여줘 왔다.

이런 각성이 뜨거워서 였을까. 2015년에 '인성교육진흥법'이라는 법이 제정될 때 발의에 참여한 국회의원은 100여 명이 넘었고 의결 때는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고 한다. 이런 법이 제정돼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고 한다. 그 취지가 나쁠 리는 없다. 그러나 오죽하면 도덕교육을 법으로 강제하게 되었는지 진지하게 성찰해 볼 일이다.

실은 도덕교육은 가정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언제 어디서나 전방위적으로 전천후적으로 항상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사정은 어떤가. 역설적으로 그 어디서도 어느 상황에서도 인성교육, 도덕교육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한 두 자녀 밖에 두지 않은 '맞벌이' 부부의 가정에서 '밥상머리 도덕교육'을 기대하기 어렵고, 시험과목으로 전락한 중등교육의 도덕 과목에서 진정한 도덕성의 함양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TV에서 방영되는 드라마에서는 일탈과 불륜과 폭력이 넘쳐날 뿐 아니라, 뉴스를 메우는 것은 사회지도층들의 비리와 부패 현상들이니, 사회로부터 암암리에 간접적으로 도덕교육을 받는다는 것도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이런 현실은 극복해야 할 일이지 어쩔 수 없는 일로 그저 시인하고 말 일은 아니다. 어린 자녀들을 진정 행복한 사람이 되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양육해야 하는지 젊은 엄마들은 틈틈이 자기성찰을 해야 할 것이고, 스스로 지도급 인사라고 자임하는 이들은 정의가 불의를 이겨내는 뉴스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으로 학교교육에서 만큼은 진정성 있는 도덕교육이 이루어지도록 교육계는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시험 보는 도덕 과목이 아닌, 인간됨을 체험하고 인간됨을 각성하는 도덕 과목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손동현 우송대 엔디컷칼리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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