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우 한밭수목원 연구사
박민우 한밭수목원 연구사
초등학교 시절 국어 교과서에서 `신록예찬`이란 수필을 접한 적이 있다. 신록예찬은 인간과의 대비를 통한 여름 신록의 미덕을 찬양하는 내용이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에는 제한이 없다는 간결한 서두가 아직도 머릿속을 맴돌고 있다. 우리는 일생에 단 한 번의 청춘을 맞이하지만, 나무는 매년 청춘을 맞이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른 봄, 선잠에서 깬 어린이의 웃음을 연상시키는 가장 연한 초록에서 시작된 자그마한 잎사귀는 한 여름, 내리쬐는 햇볕을 향해 토해내는 가장 짙은 초록으로 성장하며 청춘을 연상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녹음이 진한 여름을 지나 가을이 되면 나무는 약속이라도 한 듯 색을 바꾸고 겨울이 오기 전 제 잎사귀를 떨구기 시작한다. 이렇듯 나무는 매년 청춘을 맞이하기 위해 한해 키워낸 대부분을 자연으로 돌려보내 자신과 주변 생물들의 삶을 위한 밑거름이 되어준다.

그리고 다시 청춘을 맞이한다. 이처럼 나무는 마지막까지 자연의 일부로 그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마지막을 맞이한다. 하지만 도시의 나뭇잎들은 돌아갈 곳이 없다. 자연은 인간의 간섭이 적을수록 유기적으로 잘 돌아간다.

여기에는 유기물을 분해하는 균류와 같은 생태순환에 꼭 필요한 다양한 생물들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환경에서는 힘든 일이다. 생태순환을 위해 필요한 조력자들이 사라진 도시환경 속에서 건전한 인간의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부적절한 생육환경에 노출된 도시환경 속의 나무들에게 화분에 물을 주고 비료를 주는 것처럼 지속적인 노력이 더해진다면 도시에 맑은 공기를 공급하고, 도시의 바람길을 만들어 공기의 순환을 촉진해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성 전염병의 확산을 억제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은 일정한 집단에만 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골고루 혜택을 나누어 주는 일이다. 앞으로 도시주변의 숲과 나무가 더 많이 확대돼 매년 청춘의 기운을 맞으며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실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박민우 한밭수목원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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