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정 대전시장이 시 산하 최대 지방공기업인 대전도시공사 사장으로 김재혁(60) 정무부시장을 사실상 내정했다. 도시공사가 지역내 도시·부동산 개발사업을 전담한다는 점에서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국정원 출신의 정무라인이 퇴임과 동시에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어서 허 시장의 `회전문`, `오기` 인사 논란이 일고 있다.

허 시장은 13일 시청 기자실을 찾아 "김 부시장이 도시공사 사장에 응모했고 전날 면접까지 다 마친 것으로 보고 받았다"며 "다음주에 최종 결정되면 신원조회 과정을 거쳐 이상이 없으면 이달 말쯤 시의회에 인사청문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허 시장은 "(공모 마감일에) 김 부시장 본인이 한번 하고 싶다는 의사표현을 했다. 그것은 부시장의 판단과 결정"이라며 "부시장직은 사표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부시장의 도시공사 사장 낙점이 회전문 인사가 아니냐는 취재진 질문이 이어지자 허 시장은 "어떤 면에서 회전문인가"라고 반문하면서 "회전문 인사를 한 게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소위 말해서 이쪽 일하던 사람을 돌려가며 임명하는 경우가 해당하는데 지역사회 자원을 제한해서 쓰지는 않는다. 시정 철학이나 시정 전반적인 업무 이해도와 숙련도가 훨씬 높은 사람은 예행연습 없이 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허 시장의 이 같은 인사 방식은 도시공사의 공개채용 절차를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우려도 흘러 나온다. 산하기관장 임면은 시장의 고유권한이라지만 이미 내정된 인사를 두고 공개모집 절차를 거친 꼴이 됐기 때문이다. 도시공사는 2017년 9월 취임한 유영균 현 사장의 임기만료를 앞두고 7월 말 사장 모집 공고를 냈다. 공사 임원추천위원회는 공모 마감 마지막 날인 지난 11일 오후에 원서를 제출한 김 부시장을 포함해 다음날인 12일 지원자 2명을 대상으로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이들 모두를 후보 추천대상자로 의결했다. 허 시장은 임면권자로서 대상자 중 1명을 최종합격자로 선정한다. 김 부시장의 도시공사 사장 의향을 확인한 허 시장이 이를 그대로 반영해 내정한 것이라면 나머지 1명의 후보자는 헛물만 켠 결과가 됐다.

앞서 지난해 1월 외부공모를 통해 임용된 현직 자영업협력관이 1년 6개월 만에 시 홍보담당관 공모에 응시해 선발되면서 회전문 인사 논란이 일었다. 이밖에도 허 시장은 후임 정무부시장 인선과 관련해 "김 부시장 사직절차가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걸린다"며 "이달 중 차기 부시장 선임을 마치겠다. 주변에 좋은 분이 많다. 차기 부시장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결정하고 적합한 인물을 모시겠다"고 설명했다. 11일 본보에 보도된 시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는 A모씨와 관련 "(해당 인사와) 그런 얘기를 단 한번도 나눠 본 적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문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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