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요철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 본부장
최요철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 본부장
`잘 있거라 나는 간다, 떠나가는 새벽열차 대전발 0시 50분` 대전을 전 국민에게 알린 노래 가사다. 필자가 대학 신입생이던 1983년 조용필이 다시 불러 크게 히트시켰다. 첫 소절 정도는 대한민국 성인이면 누구나 흥얼거린 기억이 있는 국민가요다.

이 곡이 6.25 전쟁 직후 대전역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는 것은 올 봄 대전살이를 하면서 알게 됐다. 훗날 레코드사 대표가 된 최치수 라는 이가 열차 승무원으로 근무할 당시 보았던 청춘남녀의 이별장면을 가사로 옮겼다. 연인이 서로를 애절하게 바라보다 남자만 열차타고 떠나고 여자는 홀로 남아 비를 맞으며 서 있었다고 한다.

아무튼 이별의 안타까움을 담은 트로트 선율로만 접했던 대전에 직접 와서 살아보니 독특하고 매력 있는 구석이 많다. 무엇보다 국토의 중앙에 자리한 지리적 중심이 주는 장점이다.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한다면 모든 열차는 대전을 통과한다.

KTX로 1시간이면 서울에 도착하고 차편이 많아 임박해서 예매해도 좌석이 있다. 사통팔달 도로를 타도 전국이 일일 생활권이다. 대전을 중심으로 150km 원안에 서울, 대구, 광주 등 주요 도시가 다 들어온다. 서울에 산다면 엄두도 못 내겠지만 여기선 전주 한옥마을도 주말 오후에 나들이 삼아 다녀올 수 있다.

거리와 시간을 감안할 때 각 지방 혁신도시에 소재한 공공기관의 본사와 전국에 산재한 지점의 모임장소로도 제격이다. 대전역에는 전국에서 모인 바쁜 사람들을 위한 미팅룸이 10개나 준비돼 있다.

둘째 대전은 서비스업이 발달한 데다 교육, 의료, 쇼핑, 문화 인프라가 두루 갖춰져 있어 충남·북, 전북을 아우르는 `광역생활권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경제구조 면에서 대전은 서비스 중심 경제이다.

대전지역총생산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기준 78.4%로, 서울(92.0%)을 제외한 17개 광역시도 중 가장 높다. 대전소재 대학교만 13개로 대학 신입생 정원(약 1만 9000명)이 지역 고등학교의 한해 졸업자수(약 1만 5000명)보다 많다. 종합병원(10개) 등 의료시설, 백화점·대형마트 등 쇼핑몰(20여개), 공연문화체육 시설(90여개)도 인구 대비 많은 편이다.

셋째 개방적이고 미래 과학연구 중심 도시로서 발전 잠재력이 크다. 부산, 대구, 광주 등 다른 지방 대도시와 달리 지역 색깔이 강하지 않고 작은 서울 같은 느낌을 주는 도시다. 혹자는 대전의 개방성이 서울·경기, 충청, 영남, 호남 출신이 각각 4분의 1을 차지하는 인구구성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대전시 공유자전거의 이름이 타슈 임에도 실제로 타슈, 했슈 등의 사투리는 듣기 어렵다. 시민들이 표준어를 주로 사용함에 따라 도회적이고 개방적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또한 올해 3월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개정으로 대전의 혁신도시 지정이 가능해지면서 대규모 복합 과학연구 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다. 연구단지 집적 등 물리적 인프라와 개방성 등 무형의 장점을 잘 융합할 경우 과학기술 혁신을 선도하는 미래 첨단도시로 거듭날 수 있겠다.

대전생활 5개월째, 지금까지 체험한 바로는 살기 좋은 도시임엔 틀림없다. 노잼(boring)도시라는 푸념도 있지만, 대전은 전국에서도 인정받는 안전지역으로 풍수지리상 명산인 계룡산이 인접해 있고 갑천, 대전천, 유등천 등 3대 하천이 도심을 관통하고 있어 자연환경도 우수하다.

업무상 이유 등으로 대전에 온 외지인들은 예상을 뛰어넘는 양호한 생활여건에 만족도가 높다. 향후 이웃 세종이 행정중심도시로, 충남이 제조업 중심지역으로 발전할수록 지역거점도시로서 대전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대전 블루스로 제멋대로 상상해 낸 대전의 이미지는 오래전 잊혀 진 노래였다. 오늘의 대전은 미국의 뉴요커(Newyorker) 같은 대한민국의 대저너(Daejeoner)가 되는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최요철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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