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노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물리표준본부장
강노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물리표준본부장
아이들의 성적을 올리는 방법은 모든 부모의 초미의 관심사다. 아이 엄마가 인터넷 동영상으로 이런저런 공부 잘하는 법을 보고 와서, 그것을 우리 아이에게도 적용해야 한다고 한다. 동영상 강사는 각 시도 교육청이 앞다퉈 초청한다는 유명한 분이라고 하니 신뢰성은 보장이 된 상태다.

공부 잘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제안하는데 대부분이 공감이 가고, `역시 공부하는 방법은 예전과 변한 것이 없네`하는 생각이 내심 들기도 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실행 방법에 대한 부분으로 들어가니 부모세대와 다른 점들이 다수 발견된다. 과거에는 없었던 컴퓨터, 인터넷 등을 십분 활용해야 하고, 급격히 변하는 입시제도에 따른 발 빠른 대비 또한 매우 중요하다. 학생의 공부 환경은 지속적으로 변해 왔고 이에 따라 공부 잘하는 방법 또한 변한 것이다.

그렇다면 연구를 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보다 먼저 어떤 연구가 과연 잘한 연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부터 결정해야 하는데, 그 답은 철학적인 논쟁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도 주변 연구자들과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연구 방향과 그 예상 결과에 대해서 많은 토론을 하곤 하지만 명쾌한 답을 얻기는 쉽지 않다. 연구 분야의 성격, 개인의 성향, 철학 등에 따라 생각하는 바가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출연연구소가 수행하는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경우는 이에 대한 답변이 비교적 명확하며 과거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큰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출연연이 수행하는 연구개발사업의 각 항목을 살펴보면, 사업의 최종 평가 시 연구개발의 내용 및 과정, 결과 및 목표 달성, 성과 및 관련 분야의 기여, 활용계획 등을 적도록 하고 있으며, 평가위원은 이를 기반으로 평가를 수행한다. 잘 연구하고, 좋은 성과를 내고, 잘 쓰일 수 있으면 된다로 요약할 수 있다. 여기서 쓰임새는 국민경제의 발전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어떻게 이바지할지를 중심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연구자가 잘할 수 있는 분야의 연구보다는 국가와 사회, 나아가 인류 공통의 문제해결을 할 수 있는 연구를 제안해야 의미 있는 연구를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연구를 잘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법에 대해서 고민해본다. 과거에는 월화수목 금금금 형태의 고된 시간 투입을 통해 선진국 연구를 빠르게 따라잡는 형태의 연구가 일반적이었다. 현재 기준으로 좋은 연구는 세계를 선도하는 창의적인 연구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연구다. 이를 위해서는 과거와 같은 과다한 시간 투입보다는 여유롭고 자유로운 연구문화가 요구된다. 많은 회사, 공공기관들에 유연근무제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으며, 최근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신문 보도 결과에 따르면 기업 4곳 중 3곳이 유연근무제를 채택했으며 56.7%는 생산성 향상 효과를 보았다고 한다. 51%의 기업은 코로나가 진정돼도 제도를 유지하겠다고 한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한류 등으로 높아진 국가의 위상, 코로나19 등에 따른 광대한 국가 사회적 변화에 따라 연구를 잘하기 위한 환경조성 방법 역시 변화해야 한다. 최근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이 통과됐다. 이 법의 취지는 부처별로 286개에 달하는 R&D 관련 규정을 체계화해 연구자의 행정부담을 줄이고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연구비 사용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확대하는 방안도 담겼다. 이 법을 통해 연구자의 행정부담을 완화하는 한편, 연구관리 기관의 역할을 규정해 연구자가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구현장에 있는 연구자로서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을 통해서 연구를 잘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환영이다. 관련 시행령의 의견수렴이 8월 21일까지 진행 중이므로 국가연구개발에 참여하는 이해당사자들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통해 연구자들이 연구를 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강노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물리표준본부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